화장과 품

by 안소소

세상이 좋아지니까 화장품에서도 단맛이 나. 정말 단 맛이 나는 것도 있지만 단맛이 나네, 라고 느끼는 이유는 단 향 나서. 알 수 없는 꽃과 풀의 향, 복숭아 향, 훈연 향, 태운 향, 오렌지 향, 나무의 향, 피어오른 연기의 잔향.

침향목 연기 넓게 피어오르면 낄낄 웃으며 영역이 전개된다고 했지. 여긴 향의 세계 너는 피할 수 없다 룸! 새빨간 입술로 그런 새빨간 말을 하다니 팔을 쭉 벌리면 나는 너를 안았고 어깻죽지에 연기 묻은 것처럼 희뿌연 화장품이 잔뜩 번졌지. 내 어깻죽지에는 항상 너의 화장품이 번져 있었고 언젠가 나도 화장시켜달라 했지만 너는 깔깔 웃으며 넌 뼈가 굵어서 안 돼, 안 어울려, 라고 했었지.

어쩌면 세상 모든 비밀은 단맛 화장품에 숨어 있을지도.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너를 오늘 직접 화장해 주었지만 침향목 연기 잔향조차 미처 빠지지 못한 자주 입던 옷,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늘 추운 게 싫다던 몸, 너는 정말 뼈가 얇아서 화장이 잘 먹는구나. 과연 감탄했어. 다섯 손바닥이면 감싸안을 수 있는 몸을 어루만지다 어깻죽지와 뺨에 네가 잔뜩 번졌지. 희뿌연 색깔로 무릎처럼 툭

귀찮거나 힘이 없다는 이유로 화장시켜 달라며 낄낄 웃을 때는 한번도 해준 적 없던 우리의 화장, 세상이 좋아지니까 화장품에서도 단맛이 나, 정말 단 맛이 나는 것도 있지만 단맛이 나네, 라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단 향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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