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 안의 정원 #7. 비우고 채워가기

by 스터링가든 하나


얼마 전,

아는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나야, 혹시 너도 혼자 여행 가본 적 있어?”


“저도 있어요.

저도 혼자 여행하는 거 좋아해요.

그냥… 고요하게 있는 시간.”


그 말을 듣자

언니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난 이번에

한걸음 떨어져서 내 삶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조용히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맞아, 그게 참 좋았는데…’



실은 몇 년 동안

삶에 끌려다니듯 살아오다 보니

그런 시간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그저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무너졌다가

겨우 다시 일어나던 어느 시점에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마음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삶이 버거운 날들도 있습니다.


그저 쌓여가는 하루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틈조차 없이

지나가 버리는 시간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마치

조금이라도 놓아버리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그래서 더 꽉 쥐고,

그래서 더 지쳐갔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순간,


살짝 놓아버린 그 틈 사이로

오히려 숨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여유가 생기고,

보이지 않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알고는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것이

나를 살린다는 것을요.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순간 속에서는

그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요즘의 저는

의식적으로라도

조금 떨어져 서 보려고 합니다.


내 삶을,

내 감정을,

그리고 나 자신을.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쥐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비워내기 위해서.



비워내고 나면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조용히 들어옵니다.


억지로 채우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삶은 어쩌면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만큼

선명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거리를 두고 나의 삶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그 한걸음의 거리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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