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정원 #9. 가능성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내가 만들어 놓은 타인의 틀 속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그 사람이
그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어? 변했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놓은 틀을 잠시 벗어났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든 틀은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안경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저는
20년 지기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혈액형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는 그 친구의 혈액형이
20년 동안 A형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지난 20년 동안
‘A형’이라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서,
혹은 제가 만들어 놓은 A형이라는 틀 안에서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모습을
그 틀 이상으로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A형의 성향 이상을요. ㅎㅎ)
20년 만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친구가 A형이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사실 더 크게 깨달은 것은
그 친구가 아니라
제가 만든 틀이었습니다.
혈액형이라는 분류를 잠시 내려놓고
그 친구를 다시 바라보니
그제야
“아, 내가 틀을 만들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야.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건 못 해.”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자신 있는 일 앞에서는 놀랄 만큼
자신감 있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늘 밝고 활발해 보이는 사람도
어느 순간에는
한없이 가라앉고
조용히 숨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그렇지 않은 ‘나’도 있지만
잘 해내는 ‘나’도 분명 존재합니다.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는 일은
때로는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분류가
사람을 그 안에 가두어
각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틀에도 맞추지 않고
이름과 분류를 넘어
무한히 확장되어 펼쳐지는
하나의 우주를 만나기 위해.
잠시
그 분류의 안경을 내려놓고
세상과 사람을 바라본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어쩌면
나에게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문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