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명인신광수차체험, 차훈증체험
순천시 제작지원으로 다녀온 여행입니다.
겨울에는 남도여행이 기다려진다. 온화한 공기를 품은 겨울햇살이 왠지 모르게 봄날처럼 마음 따뜻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다녀온지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 전에 가서 다행이었다. 선암사 가는 길은 늘 아름답고 반갑다. 선암사 강선루가 보이는 보물 400호 승선교가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다. 푸른 잎을 떨구고 헐렁해진 숲마다 너울너울 산자락이 보이는 겨울 풍경은 쓸쓸하면서 여유롭고 평화롭다. 순천 선암사에 자생하는 야생차와 떠나는 반나절 여행, '마음치유' 차오름 투어에 참여했다. 40년 제다 경력을 이어온 신광수 명인의 차 덖는 모습도 만나고 순천의 야생차로 티블랜딩 체험을 하며 따뜻한 차 한잔에 마음을 녹이는 시간도 갖고 다올재에서 특별한 차훈증체험과 만듦새에서 말랑한 딸기떡 체험까지 향기로운 힐링의 반나절을 보냈다.
01. 선암사의 겨울
세속의 세상과 불교의 세계의 경계를 이루는 전각, 일주문이다. 작은 담벼락과 붉은 빛의 기둥이 유니크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진눈깨비로 변했다가 눈발이 날렸던 선암사의 오후는 날씨에 상관없이 아름다웠다. 산자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처마끝을 바라보느라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는 동안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었다.
겨울임에도 선암사 경내에는 여전히 꽃이 피어 있었다. 빛에 바래고 바람에 색을 잃었어도 오래된 아름다움은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킨다. 선암사는 2018년 유네스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하나로 등재되었다.
선암사의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이다. 조선 후기의 화려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지금은 수리중.
마주친 스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을까.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시는 건 아닐까, 다정한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선암사 차밭으로 가는 길에서도 사찰의 아름다움은 이어졌다. 지난 봄날에 찾았던 선암사에서 나는 벚꽃에 온 정신이 팔려 선암사의 아름다움을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 선암사 원통전의 눈부신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산자락으로 너울너울 이어지는 선암사 처마끝마다 지난 추억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송광사로 가는 굴목이재의 시간도 어제 일 같다. 언젠가 선암사 템플스테이에 하룻밤을 머물며 이 공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암사의 겨울은 도심의 겨울과는 결이 다르다. 따뜻한 질감의 돌담이 있고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초목이 법당으로 가는 문을 지킨다. 겨울이지만, 겨울답지 않은 훈훈한 정겨움이 그곳에 있다. 선암사에 다시 가야 할 이유다.
선암사 대웅전 뒤로 걸어가면 숨어있는 야생차밭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곳이다. 수 백 년 된 차 나무들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순천 야생차를 만나는 차오름 투어의 일정상 허락을 받고 들어갈 수 있었다.
선암사의 야생차밭의 차 문화는 한국 전통 차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서 얻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차밭에서 자라는 야생차 나이는 200년~800년이다. 조계산 일대는 차밭이 자생하기에 적합한 기후와 지형을 갖고 있다.
선암사 차밭은 인위적으로 거름도 주지 않는 완전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야생작설차-울력에는 사찰 스님과 신도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까지 참여한다. 우리나라 전통 '제다'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02.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신광수 명인의 차 다원은 순천 조계산 기슭에 있다. 차가 건강하게 자라는 자연 속, 야생차밭을 산책하고 순천 야생차 체험관으로 이동했다. 신광수 명인의 차를 직접 내리는 다도체험과 나만의 차를 만드는 티 블랜딩 체험까지 향기로운 티타임을 가졌다. 신광수 명인의 자녀가 17대 명인의 대를 이어 순천의 차를 알리고 있다.
차를 잘 마시려면 다례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 보온병에 담긴 물로 찻그릇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찻잎을 넣어 차를 우리는 동안 마음은 차분해지고 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은은한 향이 입안을 감도는 차 한잔을 마시면서 참가자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오후를 보냈다.
올 겨울에는 특별히 차를 자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도심 속 팍팍한 일상에 힐링이 되어줄 티타임을 기대하며 선암사 차밭의 은은한 차 향기가 느껴지는 야생차 한잔의 여유와 넉넉함을 마음에 담았다.
티 블렌딩 체험은 명인 덖음차와 홍차 베이스에 다양한 향기와 맛을 더해서 특별한 수제차를 만드는 체험이다. 박하잎, 감귤껍질, 생강, 국화꽃잎, 말린 사과조각, 장미꽃잎 등 종류도 다양해서 블렌딩하는 작업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체험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차의 재료는 모두 나만의 블렌딩 차로 담아서 가져갈 수 있다.
티 블렌딩을 하는 동안 코 끝으로 퍼지는 차 향기가 저절로 힐링이 되는 향기로운 체험이다. 사과조각에 장미꽃잎과 감귤껍질을 더해서 만든 티 블렌딩은 차를 좋아하는 지인을 위한 선물로 만들다보니 더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유리병에 담은 장미꽃 사과 야생차는 길고 긴 겨울을 향기롭게 보낼 수 있게 해 줄, 순천의 선물이다.
수제차 체험 후에 한국 전통차인 가마솥 덖음차 제조 명맥을 전승하며 40여 년의 제다 경력으로 야생작설차를 생산하고 있는 신광수 명인을 만날 수 있었다. 직접 가마솥에 덖음차 과정을 보여주러 나오셔서 다들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신광수차 순향은 24절기 중 망종에 채취한 찻잎으로 순수한 향과 맛이 좋아 누구나 좋아하는 차다.
300도가 넘는 가마솥에서 만드는 수제차는 장작불에 달군 가마솥에 전래된 고유의 법제 방법이다. 수제차는 직접 덖어(가볍게 익힌다는 의미) 시음한 후 향과 색, 미, 형이 모두 만족스러울 때 제품으로 출시하는 고급 수제 덖음차다. 차나무를 생육하는 동안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재배 관리한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차 잎은 청정 자연환경 덕분에 생기가 넘치고 좋은 영양분을 머금으며 자라서 맛과 향이 탁월하다.
차나무의 씨앗들을 주워서 흔들어보니 달그락달그락 귀여운 소리가 났다. 화분에 심어볼까 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야생차의 효능에 대한 정보를 듣다보니 차를 늘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03. 길상식당
선암사에 올 때마다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식당이다. 조계산 산자락에서 먹는 산채밥상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산채정식이라고 부르고 한정식 한 상을 받은 기분이다. 깊은 산속 식당들의 고정메뉴인 도토리묵무침도 맛있었지만, 입맛을 사로잡은 최고의 메뉴는 2년 묵힌 묵은지와 수육, 홍어다. 맛의 중심은 역시 남도 김치였다.
표고버섯전과 나물무침, 꼬막양념조림, 겉절이와 구수한 된장국에 흔한 달걀찜까지 손맛 근사한 밥상이었다.
04. 다올재의 차 훈증 체험
'차오름투어'는 차를 향기롭게 마시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들을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다. 다올재는 차 훈증 체험을 하는 곳. 특허를 냈다는 두툼한 도자기 그릇에 차와 뜨거운 물을 붓고 그 위에 얼굴을 대고 차 수증기로 훈증을 하는 체험이다. 눈과 귀, 얼굴에 차의 훈기를 느끼다보면 전신의 기혈이 편안해진다.
작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차의 향기에 집중하는 동안, 들숨 날숨에 따라 훈훈한 차향기가 코와 눈 피부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비염과 감기 완화, 피부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차 훈증 체험을 끝낸 후, 건조했던 눈, 코, 피부가 촉촉해지는 느낌이 좋았고 상큼한 매실쌍화차 한 잔이 오후의 활기를 찾아주었다.
05. 떡공방 '만듦새'의 딸기찹쌀떡
차 체험에는 차를 즐길 때 함께 먹기 좋은 디저트 만들기 체험까지 알차게 마련되어 있어 참가자들의 미각까지 사로잡았다. 순천종합버스터미널 근처 장천 음식거리에 있는 디저트 공방, 만듦새를 찾았다. 만듦새의 주인장도 한식 명인이다. 웰컴티와 함께 차려진 한식 디저트 세 가지가 예쁘고도 맛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은 배처럼 생긴 디저트와 감모양의 떡은 장인의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 전통 후식의 맛을 담았다. 맛도 특별했지만, 모양이나 차림새가 너무 아름다워서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순천에는 어찌 이렇게 솜씨좋은 장인도 많은지 행복한 감탄이 나오는 하루였다.
만듦새의 주인장이 미리 만들어놓은 팥 알심과 딸기, 찹쌀떡 반죽이 준비되어 있었다. 찹쌀 반죽을 얇게 펴서 그 안에 딸기를 넣고 그 위에 팥 알심으로 딸기를 싸고 찹쌀반죽으로 전체를 감싸면 딸기 떡이 완성된다. 반으로 갈라서 딸기가 보이게 한 뒤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서 상자에 담았다. 야생차 한 잔에 어울리는 디저트다.
06. 금빈회관 떡갈비 정식
금빛회관의 메뉴는 딱 2가지. 한우소떡갈비와 돼지떡갈비. 4인상에 한우 2인분, 돼지 2인분으로 주문하면 석쇠 한판에 함께 구워서 떡 벌어지게 차려낸다. 한우소떡갈비는 불향이 좀더 진하게 느껴지고 돼지떡갈비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간장 양념이 된 떡갈비를 태우지도 않고 골고루 잘 구워내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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