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정식 맛집 참조은시골집
사람의 인연은 음식만큼이나 복잡다단하고 미묘하다. 봄에 갔던 순천을 겨울에 다시 간건 순천 차오름 투어를 주관한 미식관광팀의 초대 덕분이었다. 지난봄, 순천미식주간 미식낭만여행에서 특별한 감동을 주었던 낙안 팔진미 도시락의 주인공을 찾아간 것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세 가지 장으로 맛을 낸 삼장주먹밥은 미나리, 고사리, 도라지, 석이를 넣고 비트로 물을 들여 만든 분홍빛 주먹밥이었다. 연둣빛 신록이 피어나는 낙안읍성에서 꽃잎을 얹은 각양각색의 도시락을 먹는 순간은 참을 수 없는 미각의 향연이었다. 맛있는 추억을 안고 참조은시골집의 조향순 대표를 만났다. 순천에서 찾은 보석같은 한정식, 와온밥상은 손맛과 진심으로 차려낸 순천의 밥상이다.
오늘의 메뉴는 와온밥상이다. 하얀 도자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져 나온 음식들은 평소 보기 힘든 비주얼이 많아서 더 설레였다. 중앙에 놓인 약쌈은 얇게 슬라이스한 사과 전병에 네 가지 속재료를 싸먹는 요리다.
참조은시골집의 밥상은 약선음식을 베이스로 하는 토속음식과 퓨전 한정식이 조화롭게 만난 건강밥상이다.
산약초 효소가 들어간 약쌈이라고 불리는 이 전채요리는 표고버섯과 궁채, 해초, 곰보배추, 소고기 구이 등을 절임사과에 얹어 소복하게 쌈을 싸서 레몬소스에 찍어먹는 복잡다단한 애피타이저다. 맛을 보기 전에는 어떤 상상도 금물이다.
구절판의 밀전병처럼 사과를 얆게 저며 만든 아삭한 식감의 사과전병이라니, 그 아이디어와 비주얼에 감탄이 한 번 터진다. 사과 전병 위에 양념된 소고기와 해초와 궁채, 표고버섯을 조금씩 얹었다. 무슨 맛일까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한 입 베어물고 두 번째 감탄이 나왔다. 사과와 궁채의 아삭함, 해초의 소고기의 쫀득함, 표고의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지며 새콤 달콤, 고소함과 싱그러움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세 번째 감탄이 나왔다. 두 번의 쌈을 먹으면서 이렇게 완벽한 애피타이저를 먹는 즐거움과 행복한 밥상을 차려낸 손길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미처 젓가락이 닿지 않은 음식에 떡갈비가 있었다. 순천의 대표 식재료인 톡톡갓과 꼬막을 넣어 만든 떡갈비는 식감이 살아있는 꼬막 떡갈비다. 올방개묵과 오징어먹물잡채와 홍어삼합에 밀려 사진에 단독으로 담기지 못한 것에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사과 애피타이저부터 정신줄을 놓아버린 결과다.
평소 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올방개묵은 묵의 신세계였다. 묵을 만드는 과정에서 견과류를 넣어 고소한 맛을 견과의 풍미를 살렸다. 묵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견과류의 조화로움에 대한 경외감이 피어오르고 말았다.
매콤한 간장 양념을 올려서 먹으면 푸딩이나 디저트같았던 올방개묵의 역할이 본연의 맛으로 돌아온다. 와온밥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탑 3'에 올방개묵을 올리고 싶다.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요리일 테니.
함께 식사한 지인은 이 먹물 당면 잡채에 빠져들었다. 오직 오징어먹물로 물들인 잡채는 채소 한 점 없이도 잡채의 역할을 완수했다. 새카만 비주얼에서 시선을 사로잡고 쫄깃하고 짭조롬, 달콤, 고소한 맛을 보여주었다.
와온밥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홍어삼합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저 묵은지다. 물론 홍어와 수육과 매실장아찌의 접시에서 별 매력이 없어보였던 묵은지는 네 가지 음식을 모두 한 번에 묶어 입에 넣었을 때 비로소 역량을 발휘했다. 김장독에서 얼마나 세월을 보낸 걸까, 숙성의 향기와 깊은 풍미까지 모두 갖춘 최고의 김치였다.
와온밥상의 홍어삼합은 홍어사합이라 불러도 좋다. 수육과 홍어, 묵은지 사이에서 매실장아찌 한 조각이 더해지며 놀라운 균형감을 만들어냈다. 수육에 뿌린 곰보배추 가루는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소화까지 돕는다. 음식을 대하는 셰프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싱싱한 겨울무를 얇게 채썰어 흑임자소스에 버무려낸 흑임자무채는 사각사각 씹히는 무의 식감과 고소하고 진한 흑임자 소스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시원하게 정리해준다. 여름에는 생감자와 흑임자소스를 버무려 낸다. 말린 대추맛이 풍미를 더한다. 꼬막회무침은 매콤하면서 달콤 새콤한 맛까지 더해 입맛을 한껏 끌어올렸다.
만찬을 모두 즐겼다고 생각한 순간, 한정식의 두 번째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돌솥밥과 향긋한 돌게장, 짭조롬한 보리굴비까지 소문난 밥도둑 세트가 차려졌다. 주인장은 돌게장과 보리굴비를 먹기 좋게 손질해 주었다.
감칠맛이 비주얼로도 보이는 돌게장은 이미 포만감으로 가득해도 멈출수 없는 식욕을 불러주는 밥도둑이다. 노란 기장밥은 돌솥안에서 적절한 찰기와 쫀득함으로 무장하고 나타나 우리는 두 번째 식사를 하고야 말았다.
돌게 뚜껑 하나를 알뜰하게 긁어내서 밥 한 수저에 올리고 순천의 깊고 짙은 맛과 향을 만끽했다.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은 적절한 간과 단맛으로 입안을 사로잡았다. 밥 한 그릇이 비워져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느꼈다.
보리굴비를 남겨두고 갈 수는 없는 법. 현란한 가위질로 굴비 한 마리 해체가 순식간에 해체되고 시식하는 순간, 돌솥안에 남아있던 누룽지가 밥상으로 나왔다. 구수한 누룽지에 얹어 먹는 보리굴비는 제 소신을 다했다.
철마다 산야초를 찾아다니고 계절마다 장과 효소를 담그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는 주인장의 부지런한 일상 덕분에 구수하고 건강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참조은시골집. 투박하고 믿음직한 도자기 그릇마저 순천의 맛을 품은 듯 하다.
손길이 하나도 닿지 않은 음식이 없다는 셰프의 요리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과일과 좋은 소금으로 단맛을 내는 물김치는 막 맛이 배어들고 있어도 좋은 재료가 가진 시원한 맛의 근원을 순수하게 보여준다.
참조은시골집 식당 내부로 들어서면 넓고 쾌적한 홀이 보인다. 식당 안쪽에는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룸이 여러 개 있는데, 가족모임, 상견례 등 격식있는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와온해변으로 가는 길에 있는 참조은시골집은 순천에서 만난 보석같은 한정식집이다. 친정어머니 손맛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 특별한 밥상을 완성한 조향순대표의 요리는 대를 이어 딸에게로 이어진다. 마음과 정성이 담긴 참조은시골집의 반짝반짝 빛나는 밥상을 오래도록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참조은시골집
전남 순천시 해룡면 해룡로 579
11:30~21:00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19:30 라스트 오더, 화 휴무
061-724-6799
와온밥상 3,4000원, 시골집 오찬밥상(평일 점심특선)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