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여행 2박 3일, 서지리산 웰니스 드라이브 투어- 첫날 이야기
전남관광재단과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팸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여행작가에게도 숨겨둔 최애 여행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전라남도의 여행지 몇 곳을 꼽는데, 해마다 봄이면 그리움에 빠지는 곳이 구례다. 올 가을엔 좋은 인연 덕분에 구례를 네 번이나 갈 수 있었다. 12월 중, 서지리산 드라이브 여행 일정을 듣고 앞 뒤 잴 것 없이 따라나섰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지는 산자락과 윤슬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만으로 세상 온갖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지는 코스 아닌가. 구례에서 하동, 담양을 지나 광주까지 오랜 세월 오롯이 지켜온 자연과 사찰, 정겨운 남도 문화와 음식, 따뜻한 사람들과 예술을 만나고 누리고 즐겼다.
지역을 여행할 때 빠뜨리지 않고 가는 곳이 오일장이다. 마침 오일장 날짜가 맞아서 구례 오일장을 반갑게 구경할 수 있었다. 구례 오일장 시장에는 구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문화와 훈훈한 정서가 스며있다.
겨울이라 스산하긴 하지만, 겨울은 겨울답게 신선한 생선 좌판이 많아서 장 볼 맛이 나고 전병과 오란다를 직접 튀겨 만드는 수제 주전부리 가게가 수두룩해서 인심 좋은 서비스도 받아가며 입이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시장의 아름다운 풍경은 뻥튀기를 묶어 일렬로 세워놓은 솜씨에도 있고 각양각색의 뻥튀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무려 조선시대부터 열렸다는 구례 오일장은 매달 끝자리가 3, 8인 날에 열리는 전통장이다. 주변 도시에서 찾아올 만큼 장이 크다.
맛보라고 한 움큼 쥐어 주신다. 생쌀인가 했는데 찐쌀이라는 걸 알게 되면 몰랑몰랑 입안에서 쫀득해지는 찹쌀올개쌀이 신기하기만 하다. 씹을수록 구수한 단맛에 옛 주전부리의 전설을 만난 듯 반갑다.
구례 까막정 가든에서 먹은 점심은 제육쌈밥이다. 농사짓는 채소로 밥상을 차린다고 하니 믿음직하다. 보들보들하게 쪄낸 달걀찜은 훌륭한 애피타이저다. 맛있게 볶아낸 고추장 제육은 앞다리살의 쫀득함이 살아있다.
천수무로 만든 깍두기가 시원하고 맛있어서 제육쌈보다 입맛을 사로잡았다. 흔한 멸치반찬도 손맛의 내공이 느껴질 만큼 감칠맛이 나고 시금치나물과 김치, 오이무침도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남도의 첫 밥상은 성공적이다.
구례를 대표하는 사찰 화엄사는 수많은 문화재를 생생하게 만나는 불교문화의 요람이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는 사적 제505호다. 화엄경에서 두 글자를 가져온 화엄사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서 보제루를 끼고 돌아서면 화엄사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가람배치를 한눈에 만난다.
국보 제67호인 각황전은 국내 최대 목재건축물이며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한눈에 봐도 압도적인 규모지만 안정된 비례와 진중한 조화에서 수려함과 품위가 느껴진다. 세월에 바래어 부드러워진 나무 빛깔이 자연의 일부분처럼 보인다. 각황전의 이름은 원래 장륙전이었다는데, 숙종이 각황전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화엄사 대웅전 뒤편으로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구충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모과나무 기둥으로 유명한 구충암은 불상들을 모신 천불보전과 스님이 직접 재배하고 덖어낸 죽로야생차로 유명한 곳이다. 태풍 때 쓰러진 모과나무를 손질해서 구충암 차실의 기둥으로 이용했다고 하니 다시 돌아보게 될 만큼 멋진 풍경이다.
차실에는 스님의 숙성 차 항아리가 익어가고 예술가의 아뜰리에처럼 그림과 사진, 차 향기로 가득하다. 스님이 넉넉하게 내려주는 차는 지리산 화엄사 산자락에서 채취해서 숙성한 죽로야생차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 은은하게 감도는 차의 단맛과 향기에 힐링하게 된다. 구충암 차담 체험은 입장료가 10,000원, 예약 필수다.
윤스테이를 찍어서 널리 이름을 알린 쌍산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 프로그램을 잊게 될 만큼 유니크한 고택이다. 현재 숙박은 안되고 고택과 정원 구경을 할 수 있다. 웰컴티가 나오는 입장료는 10,000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입장 가능하고 화요일 휴무. 종부님이 담근 매실차의 진한 맛에 반하게 된다.
쌍산재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해주오씨 문중의 전통가옥이다. 2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를 이어 보존해 왔다. 현재 종손과 종부가 기거하며 고택을 알뜰살뜰하게 가꾸고 있어 집의 보존상태가 완벽하다.
쌍산재는 크게 아래쪽 공간과 위쪽 공간으로 나뉜다. 대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사랑채가 있고 안채와 사당, 그 옆으로 영서당, 적덕헌이 있다. 관리동을 지나 별채를 지나 대나무밭을 오르다 보면 호서정을 만나고 잔디밭을 지나면 서당채와 청원당, 경암당이 차례차례 나온다. 찾아가는 곳마다 창호지에 걸린 숲의 그림자가 환상이다.
쌍산재를 찾았던 지난 두 번의 기회는 숙박이 메인이었고, 일정에 쫓겨 아침 일찍 그곳을 떠나야 했다. 쌍산재의 오후는 생각보다 아늑하고 기대한 것보다 아름다웠다. 창호지 문에 비치는 오후 3시의 그림자 풍경은 작품 그 자체다. 반질반질하게 손때 묻은 마루에 잠시라도 앉을 수 있도록 허락받은 시간이 여유롭고 행복했다.
쌍산재 여행 정보 / 노키즈존 / 중학생 이상 입장가능(돌길과 계단이 많아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 불가)
하동에 가면 늘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국이나 재첩무침을 먹었는데, 숯불돼지갈비와 냉면이라니 신선한 저녁이었다. 돼지갈비 때깔만 보아도 손맛의 내공이 느껴지는데, 익혀서 먹었더니 돼지갈비도 남도의 맛은 특별했다. 비빔냉면에 숯불향을 제대로 입은 돼지갈비 한 점의 조화는 하동 맛집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좋다.
'켄싱턴 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숙박은 침대방, 온돌방, 거실, 주방으로 꾸며져 넉넉하고 편안한 숙소였다. 입실 전에 1층 카페에서 퓨전국악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동에서 활동하는 풍류모리팀의 해금, 가야금, 판소리까지 다양한 공연을 만나는 기회였다.
하동 송림공원의 풍경을 옮겨 놓은 듯 소나무 풍경이 아름다운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따끈한 대추차 한 잔을 마시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퓨전국악공연은 오랜만에 즐기는 전통국악공연이라 더 좋았다.
퓨전국악공연이라서 전통음악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주제곡 등 귀에 익은 선율이 가야금으로 연주되는 모습이 흥겨웠다.
가장 감동적인 파트는 춘향전의 옥중탄식, '쑥대머리' 판소리였다. 춘향이 옥중에서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쑥처럼 헝클어진 머리라는 뜻의 설명을 듣고 들으니 춘향의 애절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져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20여 명의 청중과 하는 작은 무대였지만, 풍류모리팀의 전통 공연은 그 어느 공연보다 감동적이었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에서의 1박 이후 둘째 날과 셋째 날, 하동 쌍계사와 티카페 하동 티소물리에 체험, 담양 소쇄원 방문 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 <구례 하동 담양 광주로 떠난 드라이브 여행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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