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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매화 꽃길 걷고 광양 불고기

광양 청매실농원 매화마을과 광양 숯불고기 여행



3월이 시작되면 바람의 결이 달라진다. 산들바람을 타고 오는 봄꽃 소식에 성급한 마음은 남쪽으로 향하고 전남 광양의 지리산 기슭에는 봄의 전령사, 매화가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진분홍빛 홍매화는 이미 화려한 꽃 잔치를 시작한다. 광양은 매화 외에도 옥룡사지 동백숲을 돌아볼 수 있고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의 벚꽃, 구례의 노란 산수유 등 봄꽃과 명소를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봄꽃 종합선물세트 여행이다.



해마다 광양 매화축제는 3월 중순부터 말일 사이에 열흘 동안 섬진마을과 광양시 전역에서 열렸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3년째 축제는 공식 취소되었지만, 꽃을 그리워한 상춘객의 발길은 조용히 이어지는 중이다. 3월 중순이면 섬진강 주변이 수만 그루의 매화나무에서 핀 하얀 매화로 절경을 이루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봄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매화가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은 역시 광양의 다압면 일대가 최고다.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에 들어서는 순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매화 마을이 시작된다. 광양에 매실나무를 심어 섬진강변을 하얀 매화꽃으로 물들인 50년 역사의 매화이야기는 청매실농원에서 시작된다.



매화는 동백이 떨어지기 전에 봄눈 속에 피어나는 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귀하게 여겼다. 매화는 함부로 번성하지 않으며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고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자태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꽃이다. 고운 자태뿐 아니라 향기마저 좋아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마음을 가다듬어야 비로소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매화 향기는 코로 맡지 않고 귀로 듣는 향기라고 했다. 온 마을을 뒤덮을 만큼 하얀 꽃잎으로 피어나는 매화는 먼 길도 마다치 않고 달려가게 하는 황홀한 봄날의 꽃이다.



청매실농원의 매화는 꽃이 만발하는 절정기를 지나 봄바람에 꽃잎이 하얗게 흩날리기 시작할 때까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청매실 농원에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따라 방금 튀겨낸 팝콘처럼 하얀 꽃송이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매화나무 오솔길은 온종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청매실 농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앙 전망대는 사진작가뿐 아니라 여행자들 모두가 필수로 찾는 곳이다. 30만 평의 농원 너머로 섬진강을 바라보며 하얀 매화꽃이 물결을 이루는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은은한 참숯 향으로 구워 먹는 광양불고기

광양 하면 떠오르는 광양불고기는 광양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음식이다. 소고기를 얇게 저며서 담백하게 간을 맞춘 불고기는 참숯불 위에서 살짝 익혀 불향과 함께 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광양에는 1930년대부터 시작해서 3대를 잇는 광양불고깃집이 여러 곳 남아 있다. 광양의 사천변을 따라 불고기 특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만큼 광양의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아 오랫동안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광양불고기는 일반적으로 먹는 불고기처럼 양념에 재웠다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양념해 숯불에 굽는다. 불고기를 주문하면 생고기처럼 보이는 신선한 불고기가 나오는데, 양념이 강하지 않고 과일과 채소 등 천연재료로 맛을 내서 담백하고 깔끔하다.  



광양에서 귀양을 끝내고 한양으로 돌아간 선비가 그 불고기 맛을 잊지 못해 ‘천하일미 마로화적(天下一味 馬老火賊 , 세상 최고의 맛은 광양불고기)’라고 표현했다는 광양불고기는 긴 역사를 지나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맛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다. 올해는 잊지 않고 3월의 어느 봄날, 꽃바람처럼 사라지는 봄을 놓치기 전에 아름다운 매화 꽃구경과 달콤한 불고기를 맛보러 광양의 매화마을로 살며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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