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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의 맛있는 추억, 두 가지

삼거리식당과 삼척해물 식당에 대한 추억 




맛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취재하다 보면, 마음을 두드리는 식당을 만난다. 어느 곳은 오래되고 낡은 

미닫이문이 정겨워서, 어떤 곳은 작고 싱싱한 텃밭이 예뻐서, 허름한 공간이지만 먼지 한 톨 없는 

정갈함에 반해서, 주인장 내외의 친절함이 속절없이 따뜻하고 푸근해서, 

그곳을 쉬이 떠나지 못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겨둔다.



삼거리식당의 옛 모습


강원도 삼척을 떠올리면 반짝하고 떠오르는 두 가지 음식이 있다. 아름다운 노포의 외관을 간직했던 삼거리 식당과 주인장의 인심이 집밥처럼 넉넉하고 정갈했던 생선찜 식당. 여러 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어머니의 손맛처럼 애틋하게 그리운 곳이다. 삼거리식당은 노포의 추억을 간직한 채 신축 건물에서 영업중이다. 





아련한 노포의 추억삼척 삼거리 식당      

종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의욕도 식욕도 사라진, 늦은 오후였다. 아침부터 이어진 취재 일정에 지쳐 

식당을 찾다가 나는 70년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낡고 허름한 삼거리 식당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었다. 투박한 미닫이문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반갑게 달려 나왔다. 주인장은 낯선 이방인에게 무심한 눈빛을 보내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작은 방에선 1차로 한우 모둠 등심 굽기를 끝내고 고기 기름이 반지르르 남아있던 돌판에 된장찌개를 끓이는 중이었다. 고소한 한우구이와 집 된장의 만남이라니, 백 만년을 잊고 있던 허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방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오래된 단골인 듯, 주인장과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강원도를 지날 때면, 꼭 들러서 먹고 간다는 오랜 단골은 추억이 깃든 맛있는 밥을 먹었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삼척을 떠난 사람도 고향을 찾을 때 꼭 다시 찾아온다는 삼거리 식당에는 50년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간단하게 냉면이나 한 그릇 하려던 마음을 바꿔 묵직한 돌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친숙한 

시골밥상과 기름기를 쏙 빼고 굽는 한우에 냉면까지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한우를 취급하는 식당이니 

냉면 육수는 진하고 구수했다. 주인장의 손맛이 깃든 독특한 양념까지 신선하고 즐거웠다. 

작은 실내에 은은하게 스며있던 맛있는 냄새와 친근한 이야기와 온기가 때때로 그립고 궁금해진다. 

지금의 삼거리 식당은 삼거리 앞 도로 공사 때문에 노포가 있던 자리에서 옆 건물 1층 상가로 옮겼다. 



살점을 게살처럼 발라먹는 가오리찜


달큼하고 칼칼한 어머니의 손맛삼척해물     

여행을 앞두면 늘 폭풍검색이 시작되지만, 때로는 대책 없이 떠날 때도 잦다. 삼척의 대표 별미를 

찾아 헤매다가 해물찜을 만난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상차림을 준비하는 주인장 부부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고 훈훈한 인심이 느껴졌다. 

싱싱한 해물이 골고루 들어간 해물찜은 늦은 저녁의 허기를 맛있게 풀어주고도 남았다. 




가오리와 가자미, 갈치 등 생선이 골고루 들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좋았다. 말랑하게 익은 무조림은 

밥도둑. 달큼하고 말캉한 무 한 조각에 생선 살 한 토막이면 밥 한 수저가 꿀꺽 사라졌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느껴지지 않는 반찬도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삼척 맛집으로 떠오른 뒤에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한다는 소문에 삼척 바다가 왈칵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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