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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5. 2023
담양 멸치국수와 추어탕
담양 진우네 국수, 덕인관 떡갈비, 승일식당 돼지갈비, 강의리추어탕
국수를 위한 소박한 예찬, 멸치국수
국수를 위한 소박한 예찬, 멸치국수
명소옆맛집
국수에 대한 소박한 예찬, 진우네국수
관방제림 앞에서 구수한 멸치국물을 하루도 변함없이 끓여온 진우네 국수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려주어 가업을 이어온 지 어느새 60년을 훌쩍 넘겼다. 관방제림이 죽물시장이었을때, 좌판으로 시작했던 국수집이 시장이 사라지면서 간판을 달고 가게를 냈다. 질 좋은 국산멸치를 고집하고,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중면국수는 익산의 국수공장에서 가져다 쓴다. 좋은 재료만 쓰려는 주인장의 소신이 변치 않는 맛을 내는 비결이다.
그동안 계속 상에 올랐다는 단무지무침, 김무침, 콩나물무침, 묵은 김치는 국수 한 그릇의 반찬으로는 과분하다 싶은데, 비빔국수나 멸치국수를 먹다 보면 야금야금 사라지는 요술 반찬이다. 국수 거리 저 멀리서부터 유혹하는 구수한 냄새의 주인공, 멸치육수는 매일 아침에 신선하게 끓여낸다.
좋은 멸치는 기본이고 불 조절에 따라 육수 맛이 천지 차이라는 진우네 특별한 멸치육수는 국물에만 쓰는 게 아니라, 약계란을 삶을 때에도 쓰인다. 멸치육수에 이틀을 뭉근히 삶아 거무스레해진 달걀에 멸치육수가 배어 쫀득하고 간도 알맞다. 왠지 국수만으로는 어설프게 남았던 허전함도 약계란을 양껏 먹고 나면 미련 없이 사라진다.
진간장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은 양념장에 대파와 양파를 썰어 얹어 내는 게 전부인 멸치국수는 육수의 구수함만으로 담백하고 진하다. 새빨갛게 무쳐서 내오는 비빔국수도 그 흔한 오이채 하나 없이 기본재료인 고추장의 매운맛으로만 승부한다. 국수를 위한 국수, 진우네 국수집에 가면 국수에 대한 소박한 예찬을 하고 싶어진다.
또 다른 맛집
담양 하면 떠오르는 떡갈비, 덕인관
덕인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조리법으로 떡갈비를 만드는 유서 깊은 떡갈비 집이다. 본래 담양의 사대부 집안 잔치음식으로 내려오던 것을 1960년대 초, 장막래 할머니가 덕인음식점을 차리면서 메뉴로 내놓았던 것이 남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덕인관 떡갈비는 곱게 다진 갈빗살을 뼈에 붙여 다시 양념에 재워 굽기 때문에 갈비 특유의 쫄깃함과 고소함을 맛볼 수 있다. 보통의 떡갈비는 넓적한 동그랑땡 모양이지만 덕인관의 떡갈비는 갈비의 원래 모양을 유지하여 갈빗대에 붙은 쫀득한 갈빗살을 뜯어 먹는 재미까지 맛볼 수 있다. 숯불에서 1차로 구워 불향이 남아있는 떡갈비를 뜨거운 무쇠솥에 올려 나와 먹는 내내 부드럽고 쫀득한 갈빗살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정성이 느껴진다. 떡갈비 외에도 매콤 달콤하게 무쳐 나오는 죽순회가 별미다.
담양의 특별한 숯불돼지갈비, 승일식당
떡갈비만큼이나 유명한 숯불돼지갈비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승일식당을 찾기란 식은 죽 먹기다. 읍내 골목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을 간질이는 달착지근한 갈비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기 때문이다.
식당입구의 참나무 숯불 위에서 세 차례에 걸쳐 구워지는 돼지갈비는 기름기가 쏙 빠지고 쫀득한 식감에 훈제향이 더해져 왠만한 소갈비 부럽지 않다. 나오는 반찬도 종류가 많아서 밥 한 공기 시키면 푸짐한 밥상이다.
숨겨진 맛집
담양에서 만난 신선한 맛, 강의리추어탕
추어탕을 시키면 농원에서 아침에 따온 싱싱한 배추와 열무와 풋고추가 한 바구니 나온다. 주인장 할머니가 담근다는 거무스름한 시골 된장에 쿡 찍어먹으면 채소가 달게 느껴진다. 추어탕이 나오기 전에 입맛은 노란 배추속처럼 싱싱하게 살아난다.
해마다 콩 스무 가마로 된장을 만들고, 배추 3천 포기로 김장을 담근다니 한결같은 손맛을 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심심하게 조려낸 두부 한 조각, 고소하게 무쳐낸 산나물, 호박볶음 등이 올라간 밥상이 나오고 뒤따라서 금방 지은 솥밥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