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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순댓국과 오징어불고기

경북 예천 단골식당, 새 대구 숯불구이, 청포집, 제일식당



명소옆 맛집

단골 삼고 싶은 단골식당, 순댓국과 오징어 불고기

48년 동안 3대에 걸쳐 운영되는 단골식당은 손맛 좋은 어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이어져 온 특별한 맛이다. 16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유일한 순댓국집이었는데 지금은 용궁에만 7개의 순댓국집이 성업 중이다. 그 가게 주인 중에는 단골식당에서 일하던 직원도 있고 친인척도 있다. 식당이 많아져서 손님이 많이 줄겠다는 우문에 다 같이 잘되면 더 좋겠다는 현답을 해주는 2대 주인장은 20년 영업의 노하우를 딸 내외에게 전수하고 있다.



단골식당의 비법은 무엇일까, 부엌 뒤쪽을 들여다보았다. 식당 뒤편으로 활활 타고 있는 연탄불이 서 너 개 있고 불 담당 직원이 따로 서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되지불고기든 오징어불고기든 첫 번째 연탄불 위에서 프라이팬으로 1차 초벌구이를 한다. 반쯤 익은 듯하면 두 번째 연탄불위의 석쇠로 옮겨져 불향을 내며 바짝 구워진다. 여기에서 본래 재료의 잡냄새는 날아가고 그윽한 불향만 남는다고 곁에 서있던 주인장이 슬며시 거든다. 고추기름에 재워놓았던 오징어는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그 칼칼한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다.



용궁면의 용궁 순대는 막창이나 소창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순대의 식감과는 비교가 안 된다. 큼직한 크기에 속은 쫀득하고 부드러운 순대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맑은 돼지육수에서 말랑하게 익혀 나온 순댓국 속의 순대가 별미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 보통 1시간씩 대기하는데, 식당 건너편에 시골버스 대기실 같은 소박한 휴게실도 마련해 놓았다. 마음 씀씀이가 다른 주인장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주소: 경북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299-2(본점)

전화번호: 054-653-6126

영업시간: 09:00-21:00

대표메뉴: 순대국밥 8,000원, 오징어 불고기 12,000원, 돼지불고기 12,000원     




또 다른 맛집     

숯향에 굽는 불고기냄새가 황홀, 새 대구 숯불구이

호랑이 할머니의 깐깐한 손맛이 단아한 며느리의 변함없는 손맛으로 이어지고, 듬직한 손자에게로 이어져 숯불구이의 40년 맛을 이어가고 있다. 예천 사람들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편옥남(73) 할머니의 한마디에 예천 맛집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보통 불고기로 쓰이는 우둔살이 아니라 맛있는 예천 한우의 채끝 등심으로 불고기를 하는 것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주문이 들어가야 특제 양념을 발라 나오는 불고기는 숯불에 슬쩍 구워 입에 넣으면 촉촉한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이 감칠맛 나게 넘어간다. 숯불고기를 먹고 나면 밥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옥빛 청포묵 한 가지로,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

주인장 내외가 밤사이 우렁각시처럼 준비해 놓아야 다음날 장사가 된다는 청포묵은 녹두를 갈고 거르고 끓이고 식혀내서 청포묵으로 만들기까지 모두 16시간이 걸릴 만큼 공이 드는 음식이다. 한평생 청포묵과 함께하다 작고하신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청포묵을 만들고 있는 주인장은 출연했던 티브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독특한 이름으로 상호를 바꿨다.



옥빛 청포묵 위에 미나리, 숙주, 당근채, 소고기 볶음, 달걀지단 등 오색 고명이 올라간 청포묵 밥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청포묵 정식을 시키면 반찬이 10여 가지 이상 나오는데 짭조름한 고추장아찌부터 아삭한 사과 튀김까지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 밥처럼 친근하다. 보들보들한 청포묵을 먹다 보면 차가운 성질의 청포묵에 따뜻한 뭇국으로 궁합을 맞춘 밥상도 조화롭다. 큰 가마솥에 끓이는 양이 두 판밖에 안 돼서 휴일에는 서 너시면 묵이 떨어진다니 예약은 필수다.





숨겨진 맛집       

옛날이야기가 구수한 매운 면, 제일식당

처음엔 분식점이나 식당인가 싶었는데 중국집이다. 메뉴판에 짜장면, 짬뽕, 볶음밥 다 있고 그 가운데 매운 면이라고 있다. 196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매운 면의 스토리도 재미있다. 예천 제일식당에서 처음 만들어 팔았던 매운 야끼우동은 당시 함께 일하던 3명의 종업원에 의해 개발되었고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대구와 예천에서 그 옛 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수타를 쳐서 나오는 면이라 면의 굵기는 제각각인데 50년 손맛이라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해산물과 채소가 큼직하게 썰어져 바특하게 졸인 매운 소스와 버무려진 매운 면은 첫맛이 꽤 칼칼해서 입맛이 돈다.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소스를 듬뿍 묻혀서 먹다 보면 중독성이 있어 비 오는 날 생각날 만한 맛이다.





*상기 정보는 2014년 3월 31일 발간된 <명소 옆 맛집>의 내용입니다. 이후 식당 정보나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을 수 있으므로 방문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의 정보는 저자와 출판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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