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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 Jul 14. 2019

 서글픈 내리사랑

요즘은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80년대생인 나의 때에는 2명 이상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대다수가 2명인 집들이 많다. 


나도 여동생이 하나 있고, 남편도 남동생이 하나 있다. 


첫째는 그 집안 자식상(?)의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제일 처음 만나고, 제일 오래 키운 이유로 제일 정상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희한한, 꼴통,요상한~ 등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집안의 별종들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 긴~ 관계로 그 기준은 전복되기도 한다. 

키울 때는 쟤가 안 저랬는데... 나에게 향하는 우리 엄마의 단골 멘트이다. 

참고로 나는 아주 모범적인 첫째였는데 서른이 훌쩍 넘어 이제 이런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는 법. 

오늘 문득 유독 형제애가 좋다며 두 형제를 자랑스러워하는 시어머니에게 한 명의 딸이 더 있었다면 좋으셨을 텐데 싶어 졌다. 아직 딸내미 하나 있는 나도 다둥이 집안을 노려야 하나.. 희한할지도, 꼴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양하게 갖춰놔야 될까.. 잠깐 생각이 스쳤다. 

(물론 바로 도리도리) 


이유는 

자식이 많으면 짠한 자식이 생겨도 여럿 중에 하나 일 수 있지만 

자식이 둘 뿐인 어머니에게 아픈 손가락이 하나 생긴다는 건 전체 중에 반이나 병에 들어버리는 것이니 

많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째들끼리 만난 나와 남편은 무난하게 서로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어머님의 둘째, 그리고 그의 처는 요즘 위기를 겪고 있다. 

인생이 끝까지 똑같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 이어질 문제는 아니겠지만 

요즘 그 일로 어머니의 속이 많이 쓰리신 것 같다. 


오늘 불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어머님의 둘째 아들의 아들이 어머니께 맡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내 딸이 함께 놀기로 했다. 


어머니의 둘째 아들은 본인의 아들에게 꽤 자상해서 원래 주말 내내 집에 있는데 

정말 아주 오랜만에 골프를 나간 것이고 

처는 주말 근무를 나간 것일 뿐이었다. 


부부가 소위 대판 싸우고 수습하느라 손자가 맡겨진 것도 아닌데 

오늘 어머님의 마음은 아들과 손주가 짠하고 짠해 결국 소금밭이 되었다. 


손주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시면서 소금 한 바가지  

손자가 키즈카페에서 안 나가며 버티고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며 소금 한 바가지  

삐친 손자가 식당에서 좋아하는 핸드폰을 앞에 놓아줘도 고개를 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바가지.. 


"애들이 다 그래요~ 지금 아빠 엄마 없으니까 낯설어서 더 울고 그렇죠~"라고 위로 아닌 팩트를 전하는 내 말에 


결국 

"그러니까 짠하지..."


사실 그 자리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빠는 운동하러 엄마는 주말 근무 때문에 한나절 할머니하고 노는 건데, 

놀다 보면 또 울고 웃고 하는 건데 뭐가 저렇게 짠하실까..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한숨을 푹 쉬며 그저 아휴.... 하셨다. 


나는 다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봤다. 

나에게 자식 둘이 있는데 사정이 그렇다면... 

아.. 막연하지만 뭔가 짠해 오는 게 있었다. 


내리사랑의 위력이 이런 것인가

내리사랑을 역행하며 오름사랑으로 아무리 상상해봐도 어렴풋했는데 

내 자식에게 대입해 보니 그제야 와 닿았다. 


부모를 이해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역행하는 것인가? 

왜 이렇게 부모 마음 헤아리기는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자식에게 내리사랑을 올인하는 동안.. 

또 평생 당연시 여기며 받았던 모든 것들을 무심히 넘기는 동안 

엄마는 나를 얼마나 애틋하게 가꿔 왔을까. 


피라는 게 참 무섭지... 나는 그 순간에도 마음고생이 있는 어머니보다 

별일도 없는 우리 엄마의 심정을 생각하며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내가 내 딸에게 밥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는 동안 엄마가 내 입에 밥숟가락을 넣어주는 

누가 보면 게임 같기도 한 그날 아침 장면이 떠올랐다 


각자 자기 자식을 챙기는 모습 

엄마는 이제 엄마가 없어 아무도 밥숟가락을 주지 않는 모습 


내리사랑 

뭔가 서글프고 가혹하다 

감정이 짙어지며 이것은 형벌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도 유분수지 

자식은 백분의 일도 알아주지 못할 사랑을 평생 퍼주기만 하는 부모의 운명이라니... 


나는 기준치에서 벗어난 이상한 첫째라는 고백을 시작으로 

어머님의 내리사랑으로 이어져 

엄마에 대한 미안함  

밑 빠진 독에 평생 물 부어야 하는 극한직업 '부모'에 대한 깨달음까지 


짧은 글 속 의식의 흐름이 삼천포 삼천포~ 이런 삼천포도 또 없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서글픈 '내리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딸이 있었으면 좋았을 수도 있다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다면 나에게 시누이라... 헤헤^^ 없어서 휴~ 다행이다 싶기도 한 나는 내리사랑의 결정체! 무한 이기주의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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