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빨 세우고 싶어 에코라이프 입문한 에.라 초급자의 솔직고백
며칠 전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을 했다.
내가 에코라이프를 지향하게 된 이유!
그것은 바로 30대 어느 날 찾아온 드라마틱한 '각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자 자기 포장이었다.
왜냐!
아마존에서 수십 개의 에코템을 장바구니에 주워 담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안사고는 못 배길 비즈왁스 랩들
살림 잘해 보이는 실리콘지프락
다다익선 에코백
에코인의 생명 그로서리백
2대가 함께하는 에코 라이프 샌드위치 파우치.... 등등 ^^
나의 에코라이프를 느낌 적인 느낌으로 채워 줄 많은 템들을 줄 지워 놓으며
과연 어떤 걸 사야 더 간지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날 발견한 순간
어머... 부끄부끄.
에코라이프로 출발하게 된 원동력은 환경과 인류를 위한 휴머니즘이 아니라
멋들어진 '에코템'을 향한 물욕 때문이었다.
값싸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안 쓰기 위해서 궁리하는 지금 생활이 참 재미있다.
미국은 포장의 천국이다.
마트에 가면 얼마나 완벽하게 포장을 해서 파는지 코스트코에 한 번 다녀온 후 짐을 풀어놓으면
결국 장본 것 보다 포장들이 두세 배는 더 나온다.
코스트코만 덜 가도 플라스틱, 비닐들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주변에 파머스 마켓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두둥! 야호!!
차로 5분 거리에 일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마켓이 있었던 것이다. 구하면 나타난다더니~
구글 포토를 보니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해서 물건들을 펼쳐놓고 팔아
나의 소중한 에코템과 함께라면 필요한 물품을 사고도 쓰레기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의 에코 라이프의 숨은 목적!
내 에코템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만난 것이다.
화요일에 발견했던가?
5일 내내 손이 근질근질~ 에코템을 만지작만지작~ 일요일만 기다리며 내 보물들을 갈고닦았다
드디어 일요일 오전!
온 식구들 대동해서 마켓으로 출발했다.
(가족이라 쓰고 찍새라 읽는다. 멋진 쇼핑 장면 기념컷이 필요했음)
내 패션으로 말할것 같으면 처음에는 잠옷 바지에 후드티었으나
아.... 에코템들에게 미안할 만큼 간지가 나지 않아 무려 캐시미어 니트로 갈아입었다. 양치도 안한 주제
그렇게 하늘하늘한 니트 패션에 오렌지 컬러 빅 그로서리 백을 들고
그 안에 다양한 에코템들을 챙겨 차에 탔고
운전하는 오빠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오빠 내리자마자 사진 좀^^"
마켓에 도착했고 아싸~ 정말 포장이 하나도 안 된 농수산물들이 가득가득했다.
내 백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당근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와 색감 조합이 꿀)
브로콜리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와 상큼 터짐)
아보카도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가 토실토실 간지핏)
아~ 정말 즐거운 쇼핑이었다.
일주일치 장을 보면서 플라스틱은 제로! 비닐은 조개 사면서 한 개로 끝냈다.
나의 에코라이프가 이렇게 척척 진행되고 있다니 정말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장 본 것들로 먹고살았을 때에는 문 옆에 1미터 넘게 쓰레기가 쌓였었는데
이번에는 한 줌 채 나오지 않았다
물욕이 부른 나의 변화
스스로 대견해 쓰담쓰담해보며 ...
아마존을 또 기웃기웃거려본다.
초보의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