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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 May 29. 2019

[수요_킨포크] 나는야 에코 살림꾼

며칠 전 나는 나 자신에게 약간 실망을 했다.


내가 에코라이프를 지향하게 된 이유가 30대 어느 날 찾아온 드라마틱한 '각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자 자기 포장이었다. 


왜냐! 

아마존에서 수십 개의 에코템을 장바구니에 주워 담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안사고는 못 배길 비즈왁스 랩들

살림 잘해 보이는 실리콘지프락

다다익선 에코백

에코인의 생명 그로서리백

2대가 함께하는 에코 라이프 샌드위치 파우치.... 등등 ^^ 


나의 에코라이프를 느낌 적인 느낌으로 채워 줄 많은 템들을 줄 지워 놓으며 

과연 어떤 걸 사야 더 간지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날 발견한 순간 

어머... 부끄부끄. 

에코라이프로 출발하게 된 원동력은 환경과 인류를 위한 휴머니즘이 아니라 

멋들어진 '에코템'을 향한 물욕 때문이었다.

값싸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안 쓰기 위해서 궁리하는 지금 생활이 참 재미있다. 


미국은 포장의 천국이다. 

마트에 가면 얼마나 완벽하게 포장을 해서 파는지 코스트코에 한 번 다녀온 후 짐을 풀어놓으면 

결국 장본 것 보다 포장들이 두세 배는 더 나온다. 

코스트코만 덜 가도 플라스틱, 비니들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주변에 파머스 마켓을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두둥! 야호!! 

차로 5분 거리에 일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마켓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해서 물건들을 펼쳐놓고 팔고, 

나의 소중한 에코템과 함께라면 필요한 물품을 사고도 쓰레기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의 에코 라이프의 목적! 

내 에코템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만난 것이다. 


화요일 발견했던가? 

여하튼 일주일 내내 일요일만 기다리며 에코템들을 갈고닦았다 


일요일 오전! 

온 식구들 대동해서 마켓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잠옷 바지에 후드티를 입었는데 

아.... 에코템들에게 미안할 만큼 간지가 나지 않아 캐시미어 니트로 갈아입었다 ㅋㅋㅋ 

 

하늘하늘한 니트 패션에 오렌지 컬러 빅 그로서리 백을 들고 

그 안에 다양한 에코템들을 챙겨 차에 탔고 

운전하는 오빠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오빠 내리자마자 사진 좀^^" 


마켓에 도착했고 아싸~ 정말 포장이 하나도 안 된 농수산물들이 가득가득했다. 

내 백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당근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와 색감 조합이 꿀) 

브로콜리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와 상큼 터짐) 

아보카도 담고~ (아이보리 주머니가 토실토실 간지핏) 


아~ 정말 즐거운 쇼핑이었다. 

일주일치 장을 보면서 플라스틱은 제로! 비닐은 조개 사면서 한 개로 끝냈다. 

나의 에코라이프가 이렇게 척척 진행되고 있다니 정말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장 본 것들로 먹고살았을 때에는 문 옆에 1미터 넘게 쓰레기가 쌓였었는데 

이번에는 한 줌 채 되지 않았다


물욕이 부른 나의 변화 

스스로 대견해 쓰담쓰담해보며 아마존을 기웃기웃거려본다. 




초보의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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