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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 Sep 22. 2022

독고다이 쿨녀, 세상에 무릎꿇다

기저귀를 뗀 기념으로 '똥파티'를 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가 만 5세를 맞이하여 킨더(미국 공교육의 시작)에 다니기 시작했다


8살 되어야 학교에 입학하는 한국 풍경이 익숙하기에

거북이 등껍질마냥 온 몸통을 다 가린 책가방 둘러매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자니

아직 너무 아기같고 애처롭고 대견하다  

그 복잡다단한 마음에 아이를 운동장으로 들여보내고 나면 학교 철조망을 붙잡고  

아이가 줄서서 교실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내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런 느낌? 출처 : 영화 집으로 가는 길 개.봉.박.두. 홍보 영상


프리스쿨을 같이 졸업한 일본인 친구와 다행히도 한 반이 되어서

비슷한 영어 수준과 동양인이라는 동병상련을 안고

둘이 의지하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나에게도 적잖이 든든했는데

오늘도 둘이 깔깔대며 운동장을 뛰어 놀 줄 알았건만


오늘은 다른 친구가 일본인 친구와 허그를 하고

둘이 손 꼭 잡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는 슬쩍 옆에 붙어 놀이에 끼려고 했지만

둘은 이미 짝꿍을 맺어 아이가 끼지 못하고

철봉으로 가 혼자 메달려 놀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동생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주는 메시지..

<인생은 독고다이>  


코로나 걸려서 지난 주 10일쯤 쉬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사회성이 부족한가


남편이 언젠가 회사에서 감봉을 당했을 때도 무덤덤했던 나인데

선배 욕하다가 코 앞에서 걸렸을 때도 아 될대로 되라지 했던 나인데


아이가, 그것도 이 가을에, 약간 쓸쓸해 보인다는 이 느낌 때문에

하늘 까지는 아니어도

쓰고 있던 우산이 접혀 무너지는 느낌?!


쿵 하고 내려 앉은 마음을 추스리자니 추스려지지 않아

몇달 동안 놓고 있던 브런치를 열고

키보드를 다다다다 두드려 본다


인생은 길고

사람은 변하고

가끔은 이랬다가

가끔은 저랬다가

믿고 살다가

반전을 맞이했다가

지 알아서 사는 것이 지 인생이거늘..


남 인생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하지만


내 새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목놓아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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