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고기 사묵겠지" 유행어를 사랑한 이유

by 안경

1. 달관한 자 "소고기 사묵겠지"


며칠 전, 가족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엄마가 10년 전 유행어를 꺼내 나는 오래간만에 배를 잡고 웃었다.


"00 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뭐만 하면 "소고기 사묵겠지"로 귀결되는 할아버지의 허무 개그는

2013년 프로그램이 폐지되던 순간까지 열심히 챙겨봤던 내 배꼽 도둑이었다.


인생을 달관한 자의 허무는 사람을 맥 빠지게 하면서도

세상사 별거 아닌 것 같은 요상한 안도감을 주고

한숨 푹 쉬면서 부들부들 떠는 말 톤도 오지게 웃겼다.


특히나 말에 결론을 야무지게 맺기 싫어하고,

그래서 말맺음을 잘하지 못하는 내 어법과 닮아서 그 또한 굉장한 카타르시스였다.

"아유 그냥 뭐 그랬겠지. 그랬다고"


그리고 이 코너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소고기 사 먹기 전에 멘트가 주저리주저리 길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뭐하겠노 좋은 대학 가겠지

좋은 대학 가면 뭐하겠노 스펙 좋~다고 취직 잘하겠지

취직 잘하면 뭐하겠노 열심히 일해서 과장 부장 승진하겠지

승진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


잘났거나, 못났거나 결국 소고기 사 묵겠지

인생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결국 소고기 사 묵겠지


아 너무 웃긴 해탈적(?) 멘트




2. 즐기는 자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나는 이 세상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가.장.미.친.듯.이. 좋아한다.

#간지 #쏘쿨 #아련 #눈물 #뭉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라니... 미쳤다 (갑자기 또 뭉클..)

미련 없이 bye~하고 집으로 가는... 갈 곳 있는 자, 멋쟁이!


사람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여행을 온 게 아닐까 생각하는 나는 또 생각했다.


예를 들어, 모두 똑같은 속초에 가더라도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그중에서도 이별 여행을,

누군가는 출장으로, 어쩌면 사업차

누군가는 뭐 먹으러, 혹은 그저 예쁜 바다나 한 번 보려고

누군가는 거기에 살려고 가듯


목적지는 같지만 모두 다른 이유로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어느 한 시인에게는 소풍인 이곳이

어떤 사람에게는 처절한 극복과 고난의 장소가 되기도 하여

그래서, 인생을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고

그저 각자 생각에 맞게 살다 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


그럼 나는 왜 왔을까


산전수전 다 겪다 소고기나 사 먹다 가려고 왔을까? 에서 시작된 아침나절의 생각 하나가 또다시 노트에 꼬꼬무 일기를 쓰게 만들었다.


목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나 관심사가 잘 바뀌고 생각이 이리저리 널뛰는 나 같은 사람은.


그래서 내가 꽂히는 일들의 맥락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

관심 가는 일들의 공통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스마트스토어로 월 50만원 순수익을 내

엄마에게 용돈 몰빵하고 싶은 게 최대 관심사인데

이 일도 뭔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늘 목표한 1개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게 하기 싫어서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한시바삐 다시 업로드 작업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 인 것 같다.


끝!!


역시 나의 말 맺음은 "소고기 사 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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