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단점

나 불혹 싫어하니 좋아하니? 

1.

30대 후반 접어들면서는 거울 보기가 싫었는데 불혹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거울을 아예 보지 않게 되어버리니 이게 속이 편한 부분이 있어서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 단점이라고 해야 할지 헛갈리지만 결론적으로는 안보다 가끔 보는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단점에 가깝다. 

2.

30대에 접어 들면서 결혼과 직장에서의 안정이 찾아와 이제 인생 편하게 가나보다 했는데 애 낳고 몇 년간 육아 후 정신 차려보니 맞벌이로 벌어 놓은 저축액이 줄어 있는데다 앞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갈 게 눈에 선해지면서 아... 끝이 끝이 아니었구나 찬물 샤워 당하는 순간을 맞이하니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3.

아이를 좀 키워놓고 보면 워킹맘이 점점 부러워지기 시작하며, 왜? 돈도 벌고 멋지니까. 결국 수많은 고민의 날들을 깨고 많은 탈락 끝에 재취업에 성공했는데 머리가 굵어질 대로 굵어진 상태라 자꾸만 마이웨이 하고 싶어지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왔던 삶이 길어져 왔던 터라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거슬리고 힘들어져 버린 인간관계가 단점 중에 단점이다. 

4.

미모 관리는 차라리 쉬운데 건강 관리는 의지와 시간과 빡셈까지 세 개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빡센 걸 하기 싫어지는 불혹이라 하기 싫은 마음이 뫼비우스 띠가 되어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건강 관리를 못해 늙고 병들고 가속 노화 급행열차행이라는 현실과 불안함은 더욱 커지니 단점이다. 

그나마. 장점 몇 가지 꼽아보자면 

백일의 기적도 지나고 손도 덜 타게 된 너무 사랑스러운 자식이 둘이나 있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6년만에 재취업 성공해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 꽤 신나고, 부모님 건강해서 아이도 봐주시고 잘되라고 용돈도 주시고, 온갖 헛소리에도 리액션 해주는 남편 있고, 동생 결혼하고, 회도 맘껏 사먹고, 겨울철 해 잘 드는 집에 살고 있는 정도가 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