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시시껄렁 두루두루 시시함 주의
1.
어제 술에게 대든 것을 반성하며 술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일절 까불지 않고 꼼짝없이 누워서 숨만 쉰다. 사과는 오장육부에게도 이어져야 해서 속 어디선가 울렁거림이 올라오면 큰절 하듯 큰 한숨 뱉고, 신선한 공기 들이쉬어 미안하다고 달래준다. 그러다 잠님이 오시면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을 반쯤 일으켜보다가 울럼거림이 다시 오면 도로 누워 잠님과 다시 만난다.
2.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목 마르실 몸을 위해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찬 물 벌컥벌컥 마시는 무례를 범하다가는 현기증을 시작으로 두통, 구토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 마시는 그 순간이 숙취 해소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목이 너무 마른 채 자다 보면 스크류바 몇개를 먹어도 갈증이 안가시는, 요구루트 마셔도 여전히 목마른 등의 꿈을 꾸게 되는데 그렇게 깨면 더 목이 말라 찬 물 바로 원샷 하다가 20대 때 구토를 많이 했던 경험이 있어 이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3.
물도 보충했으니 한숨 돌리며 자리에 앉아 뭐 먹을지 고민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1순위 진라면 2순위 신라면 3순위 라면한그릇. 어쨋든 라면 하나에 계란 안풀어 넣고 대충 끓여 먹는데 많이 먹으면 속이 다시 안좋아지기 때문에 천천히 불리면서 먹고 그러다 보면 반쯤 먹다 질린다. 국물 원샷으로 마무리하고 면 반은 버린다. 다이어트....도 되고 좋은 것 같다.
4.
이 과정이 마무리 되면 기분이 좋아져서 아고~ 아고~ 소리와 함께 소파나 침대에 도로 눕는데 조용히 가만 있기에는 심심하기 때문에, 또 반성도 얼추 다 마쳤기 때문에 티비를 본다. 30대까지는 보통 금요일에 술 마시고, 토요일 낮에 이 과정을 거치면 무한도전 할 시간이 되어 너무나 나이스 타이밍이었지만 지금은 딱히 보고 싶은 본방이 없는데다가 넷플릭스, 유튜브 많기 때문에 정해놓고 보진 않는다.
이런 시시껄렁하고 시시콜콜한 시시한 숙취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