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맞습니다. 저는 T 중에 대문자 T랍니다.
하지만 사회화가 잘 되어서 공감도 잘하고 싸이코패스처럼 말하지도 않아요. 정상이죠.
그런데 어버이날...
어버이가 된 지금도 어버이날은 정말 정말 싫어요.
이런 소리를 제 엄빠에게 할 수 있겠어요~ 친구들한테 뜬금없이 고백하겠어요.
차고 오르는 어버이날에 대한 비밀 속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서 글이라도 써 봅니다
나는 어버이날이 싫다.
어버이날만 되면 부모님께 감사한 말씀,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인사, 꽃도 달아드리고 선물도 해드려야 되고, 선물 살 돈이 없으면 집안일, 심부름 등 서비스도 해 드려야 된다.
1.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태어남 자체가 나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내가 어디선가 소원하고 있었고, 그걸 부모님이 들어주신 게 아닌데 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야 하지?
부모에게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온 거고, 아이라는 생명체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서 배속에서 나온 건데 엄밀히 말하자만 피차 자연의 섭리를 따랐을 뿐인 태어남을 왜 자식이 부모에게 감사를 해야 할까. 이상하다. 초 1,2학년 때 선생님이 부모님한테 감사 편지 써야 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는데, 아이가 둘이나 있는 지지금은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니... 아니 그냥 나는 너가 와서 낳았단다. 내가 너를 위해서 낳은게 아닌데 감사할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감사를 받자니 정말 오글거리고 이상하다.
밥 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 인정!
2. 감사인사는 생일 때
그러나
태어나서 30,40년 길게 살다보니 인생도 재밌고, 행복도 하고 기쁜 날도 많아서 세상 사는 맛이 있으니 내 생일에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낳느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힘드셨을텐데 감사하다. 어린날 인생이고 뭐고 모를 때에는 감사한 마음도 없었는데 살다보니 애틋한 마음이 더해져 생기는 지금에야 생일날 감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말을 내가 태어난 날 하면 되고, 그게 자연스러운데 왜 어버이날에도 굳이굳이 해야 되는건지 이상하다.
3. 어버이날 정한 사람들이 어버이.. 엎드려 절받기라니 오글 아니 소름끼침
어린이날은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 보호하기 '위해' 선물처럼 만들날이니 인정.
만약 아이들이 정말 어버이날을 지정하여 하루라도 어른을 위하고 공경하고 싶어 만들었다면 어버이날도 인정. 근데 어버이날 만든 사람이 어른이고 어버이 자신인데, 자신을 위한 날을 자기들이 만든거라니...
낯부끄럽고 오글거린다.
"전체적"이고 "어?어? 하며 해야 하는 분위기 조성"을 경멸하는 나라는 인간은
어버이날이 정말 싫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찾아봤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색되어 가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국민정신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건설에 기여하도록 하는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의 행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1973년에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하였다"
봉양과 경로사상은 어른들 각자가 어떤 행동을 하냐의 따른 결과아닌가?
선 자격, 후 땡큐
나쁜 부모와 어른은 존경하지 않을 사람으로서의 자유가 있는데
이게 범국민적으로 묶여서 챙길 일인가
1. 봉양, 경로사상은 개인의 자유
2. 복지는 국가 제도의 몫
3. 범국민적.. 인간이 범국민으로 묶여야 할 카테고리가 맞나?
4. 그 설정은 또 왜 대우 받을 당사자가?
평소에 서로 잘 하고, 각자 잘 살고 있는데
아이에게 감사합니다는 얘기를 받고도 별로 안기쁘고
부모님께 감사전화 드렸지만 특별히 오늘 더 감사하다고 할 말은 없었던 나는
40년만에 사실은 어버이날이 싫었다고 처음 말해봅니다..
와.. 쓰다보니 나 진짜 어버이날 진짜 싫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