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없던 날

승진 발표 날이었다.

by 시연



사무실 공기가 조금 들떠 있었다.
누군가는 괜히 목소리가 컸고,
누군가는 메신저를 자주 확인했다.
나는 커피를 내렸다.
평소보다 연하게.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누가 됐는지,
누가 아쉽게 됐는지 아닌지
소문이 돌았다.
나는 굳이 보러 가지 않았다.
내 이름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와
열어둔 파일을 다시 클릭했다.
어제 밤에 거의 마무리했던 보고서였다.
표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고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다.
아무도 모를 작은 정렬 오차.
나는 다시 맞췄다.
그냥 습관처럼.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이번에도 고생 많으셨어요.
진짜 믿고 맡길 수 있다니까요.”
나는 웃었다.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 말이
스스로에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원래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특별히 성공하고 싶었던 적은 없다.
정치를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냥
맡은 건 끝내는 게 편했다.
엉성하게 남겨두는 게 더 불편했다.
그래서 늘
조용히 마무리하는 쪽에 있었다.


점심시간에 복도 창가에 섰다.
아래 주차장에
승진한 사람이 통화를 하며 웃고 있었다.
축하 전화를 받는 얼굴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나는 괜히
핸드폰 화면을 켰다가 껐다.


연락 올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서운한 건 아니었다.
아마도.


퇴근길 지하철 창에
내 얼굴이 비쳤다.
피곤해 보였지만
억울해 보이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화가 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비어 있는 느낌.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표정이
저런 건가 싶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고
오늘 수정한 파일을 다시 떠올렸다.
깔끔했다.
내 기준에는.


아마 내일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이름이 없던 날에도
나는 일을 마무리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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