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봉은 당신의 '꿈' 나의 '절망'

주 1회 아내,주 2회 남편 지독한 비대칭

by 시연

​나는 주 1회, 그는 주 2회.

우리 부부의 필라테스 회원권에 적힌 이 숫자는 우리 관계의 지독한 비대칭을 상징했다. 나는 나를 아끼는 일조차 주저하며 일주일을 치열하게 쪼개어 주 1회 겨우 숨을 쉬었지만, 당신은 내가 무리해서 끊어준 주 2회의 기회조차 ‘노쇼’로 가볍게 날려버렸다.


​서울 하늘 아래 당신의 이름으로 된 약국을 열어주던 날, 나는 그것이 우리 가족의 견고한 울타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치열한 노동과 고액 연봉으로 일궈낸 그 공간은 당신에게 ‘무책임한 자유’를 주었고, 정작 나에게는 ‘하기 싫은 일을 잘 해내야만 하는 감옥’이 되었다. 내가 나 자신을 잃어가는 동안, 당신은 나의 유능함을 발판 삼아 당신만의 ‘이상’을 쫓아 떠났다. 결국 당신이 지키지 못한 약국은 문을 닫았고, 내 마음의 문도 함께 닫혔다.


​내 생일날 도착한 연속 노쇼 알림 문자는 내게 사형 선고와 같았다. 18년의 헌신을 단숨에 모욕당한 기분. 그날 이후,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필라테스조차 싫어졌다. 센터의 향기, 기구의 감촉, 그 고요한 시간마저 이제는 당신의 무책임과 나의 바보 같은 희생을 상기시키는 고통의 매개체가 되었다.

​내 생일날, 나는 가장 좋아하던 취미를 잃어버리고 대신 거대한 공허를 얻었다.


​"이제 연장은 없다."

​상담 데스크 앞에서 나는 차갑게 선언했다. 당신의 건강을 위해 무리하며 내어준 그 돈과 에너지를 회수한다. 당신이 접어버린 약국처럼, 나도 이제 당신을 향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하기 싫은 일을 잘하며 나를 갈아 넣던 시간도, 당신의 건강을 내 건강보다 소중히 여겼던 그 기괴한 헌신도 이제는 끝이다.


​당신의 꿈을 위해 내 인생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오늘, 나는 비로소 당신이 오염시킨 내 취미와 공간에서 걸어 나온다. 비록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뿐이지만, 적어도 더 이상 나를 잃지는 않겠다는 처절한 다짐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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