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급해서 너를 잃은 줄 알았다

나는 내가 사랑을 망쳤다고 믿었다.

by 시연

나는 한동안
우리가 끝난 이유가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성급해서.
내가 너무 조바심을 내서.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래서 너를 잃었다고 믿었다.


사랑하면
조금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조금은 느긋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그래서
내 사랑이 너를 떠나게 만들었다고.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더 아팠다.
그래서 더 오래 미안했다.
내가 망쳐버린 사랑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용히 돌아보니
한 가지가 보였다.
나는 그 사랑 안에서
단 한 번도 편안하지 않았다.


사랑인데도
늘 눈치를 봐야 했고,
사랑인데도
늘 불안했고,
사랑인데도
늘 내가 더 애써야 했다.


나는 그걸
사랑이 깊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람은
편안한 사랑 안에서는
조급해지지 않는다.


사람은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나는 원래
그렇게 불안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람 앞에서만
그렇게 되어갔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내 성급함이
너를 잃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내 조바심이
사랑을 망친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해
떠났을 뿐이라는 것을.


너를 너무 사랑했지만
그래서 더 떠나야 했다.


조금 더 오래 사랑했다면
나는 아마
마른 나무처럼
천천히 말라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겠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구원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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