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일기》 8편
여의도에서 증권사 직원의 가치는 철저히 숫자로 매겨집니다.
영업 직원은 고객 예탁금과 수수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 조회 수와 기관 고객의 평가,
트레이더는 손익 계좌가 곧 성적표였습니다.
분기마다, 반기마다 돌아오는 실적 평가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험과 같았습니다.
책상 위 달력에 표시된 ‘성과 발표일’은
사내에서 가장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성과에 따라 보너스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연봉의 몇 배를 보너스로 받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성과가 부족해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대박이다.”
“나는 그냥 버틴 셈이다.”
보너스 시즌이 되면 같은 사무실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성과 압박은 직원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였습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며 마음속으로는 ‘이번 달 목표치’를 계산했고,
회의 자리에서는 전략보다 성과 숫자가 더 큰 무게를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번아웃을 겪는 동료도 많았습니다.
성과에 따라 자리와 미래가 좌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은 치열해지고 협력은 뒷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너스는 강력한 동기였습니다.
짧은 휴가를 떠나거나, 가족에게 선물을 하며,
“이래서 버텼다”라는 위안을 얻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보너스 봉투는 여의도의 냉정한 세계 속에서
잠시나마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보상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 문화가 주식 시장과 닮아 있었습니다.
성과는 언제나 변동했고,
보상은 달콤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여의도의 보너스 문화가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증권맨 일기》 여덟 번째 기록은 이렇게
성과 압박과 보너스 문화의 현실을 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인간적인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