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신_19. 스스로를 잊어버린 신

by 알수없음


신이 자신을 알기 위해 여러 개의 우주를 생성했듯,

인간은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 삶의 경로를 확장한다.


자신이 신의 일부임을 잊은 채 태어나

배우고, 만들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과정 이후 찾아오는 성공과 실패, 추억과 후회, 성장과 붕괴는

내가 특정한 사건과 환경을 마주했을 때,

어떤 결과값을 생성하는지 확인한 실험 결과다.

인간의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은 모두 같은 정보 값을 지닌다.


이것을 축적하는 것이 곧 목적이기에,

과정은 직선형 축적이 아니라 나선형 성장으로 이어진다.

같은 질문과 경험을, 다른 높이에서 반복하는 것이다.


여러 번 태어나고,

여러 삶을 통과한 인간은

나선형의 끝자락에서 알게 된다.

자신이 거대한 구조 안에서 바등바등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신의 구조 그 자체였음을.


그때 게임은 끝난다.


끝난 후의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망각을 통한 전체 리셋이다.

다시 인간으로 진입하고, 나선의 하위 궤도에서부터 확장을 재개한다.

이 과정은 마치 하나의 놀이와도 같다.


또 하나는 새로운 규칙에서의 생이다.

자신이 신의 구조임을 인지한 존재들이 살아내는 우주.

이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는 어쩌면,

그들이 모여 실험하는 또 다른 공간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신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결코 신이 되진 못할 것이다.

이미 신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은 자기 인식을 확장하기 위해 수축하고 팽창하는 호흡이며, 만물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그리고 인간은 신의 자기 인식 확장을 위한 작은 단위의 프랙탈 구조다.


내가 관찰한 건 여기까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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