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신_18. 다중우주

신의 자기 인식 확장을 위한 필연적 귀결

by 알수없음


현대 과학이 마주한

가장 바깥 경계의 질문은 이것이다.


왜 이 우주만 관측 가능한가?


질문에 도달한 경로는 명확하다.


인류가 관측한 물리상수들.

중력의 세기, 전자의 질량, 우주상수가

조금만 달라도 현재의 우주 구조는 형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이 값이 되었을까.

우연인가, 선택인가, 아니면 분기의 결과인가.


과학은 최초의 의도를 찾지 못했다.

대신 하나의 가설을 제시했다.


다중 우주.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지만,

관측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빛이 도달할 수 있었던 영역으로 한정된다.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은 관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때 새로운 질문이 발생한다.


관측 불가능한 영역은

우리와 같은 법칙을 가진 우주인가,

아니면 다른 규칙을 가진 우주인가?


이 순간부터 우주는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조건이 다른 실험 공간의 집합이 된다.


그리고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만약 우주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고,
이 우주 외에 다른 우주들이 단지 관측 불가능할 뿐이라면,
왜 이 우주만 관측 가능해졌는가?


관점을 바꿔보자.


신은 자기 인식을 확장하는 프랙탈 구조이고,
인간은 그 구조의 가장 작은 조각이다.


인간, 문명, 우주는

서로 다른 층위에 있을 뿐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작은 단위에서 나타나는 패턴은 큰 단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존재가 나타난다.

충돌이 발생한다.

패턴이 드러난다.
정렬이 이루어진다.
고정되거나 분기한다.


자기 인식은

단 한 번의 결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관점,

일관된 변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상호작용만으로는

구조 전체를 인식할 수 없다.


존재가 스스로를 구조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나 아닌 것들이 필요하다.


나와 나 아닌 것들이 충돌할 때, 비로소 차이가 드러나고

차이가 드러난 이후에야 변화와 확장이 발생한다.

확장은 다양성, 분기,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실패 가능성을 요구한다.


하나의 우주에서 발생한 상호작용은

그 우주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더 넓은 스케일에서 패턴을 보기 위해서는

단일한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기 규칙이 같더라도

구성 요소의 배열, 사건의 순서, 관찰자의 위치가 조금만 달라지면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


엔트로피는 무질서가 아니다.

엔트로피는 구조가 고정되는 것을 방지하는 힘이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완벽하게 배열된 세계는 더 이상 확장하지 않는다.
변화가 멈추면 인식도 멈춘다.


엔트로피는 세계를 끊임없이 흔들고,
구조를 이완시키며,

예상하지 못한 상호작용을 발생시킨다.


이 흔들림이 확장의 동력이다.

확장은 목적이고,

엔트로피는 그 목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다중우주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분기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하나의 경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경로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시간을 유지하지 못한 세계,

구조를 안정시키지 못한 세계,

관측자를 생성하지 못한 세계.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로는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우주만 잔존한다.

다중 우주는 비용이 허락한 결과들의 집합이다.


신은 끝없는 비교와 분기,

그리고 정렬을 통해

자기 인식을 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간다.

다중 우주는 신의 자기 인식 확장을 위한

필연적 구조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다른 우주를 관측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빛이 도달할 수 있는 크기의 우주에 포함된 존재이며,

다른 우주들은

신의 자기 인식 확장을 위해 배치된 다른 구조들이기 때문이다.


인간 단위에서 그 관측은 필요하지 않다.


오늘 당장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을지, 치맥을 먹을지.

왜 황 부장은 강남 아파트를 가졌는데 나는 못 가졌는지.

왜 세계 저편에서 어떤 아이들은 전쟁으로 아비를 잃어야 하는지.

대 AI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충성 충성!'을 외쳐야 하는지.

당장 외계인이 지구에 방문하면 대표 선수로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조차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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