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개발(development)이란 무엇인가?

by 몰라

개발이란 닫혀 있는 것(velop)을 풀어 펼친다(de-velop)라는 의미로서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시스템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디자인하고 발전시켜 만들어나간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고 구체화시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기술의 복잡도(complexity)가 높고 기술 간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창의력이 공유되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창출해낼 수 있다. 즉 개인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창의력이 융합된 상호의존적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만약 마이크로프로세스 전문가가 혼자서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는 프로페셔널한 수준의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액정 화면이나 카메라, 배터리 등의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수준의 기술 밖에는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스마트폰은 아마추어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현재 많은 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이 적절히 투입되지 못하여 최종 개발 기술이나 개발품이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주특기를 가진 전문가들의 상호의존적 창의력이 가동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글로벌 표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지식체계에서는 이 문제를 기업 환경 요소(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s, EEF)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EEF란 프로젝트를 둘러싼 조직 내외부의 환경 요소로서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 구조(governance), 기업 문화, 조직 구조, 인프라, 자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 시장 여건 등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배 구조와 조직구조이다. 지배 구조가 변경(change)을 용인하고 적극적인 변경 관리(change management)를 받아들여야 계획을 실질화시킬 수 있다. PM 지식체계에 변경 관리가 중요한 관리 영역으로 존재하는 이유이다. 또한 배려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 문화와 팀워크가 발휘될 수 있는 조직 구조야말로 프로젝트 성공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팀 베이스로 이루어진다. 만약 팀워크가 없는 팀이라면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다.


Organization.png


조직구조 이론에 의하면 조직구조는 크게 기능 조직, 프로젝트 조직, 매트릭스 조직으로 나뉠 수 있다.
기능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은 예를 들어 총무과, 인사과, 회계과 등과 같이 기능별로 나누어진 조직을 말한다. 각 부서는 기능별로 특화되어 다른 부서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능 분야 간의 원활한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하지 못한 조직 구조이다.
여러 전문분야 연구자들의 투입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에는 프로젝트 조직(projectized organization)이 가장 적절하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새로운 신기술 개발을 시작할 경우, 전사적으로 필요한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개발할 기술에 모든 팀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함께 모여서(co-located)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이나 실패로 마무리될 경우 팀원들이 모두 해체되기 때문에 팀 구성원들에게 안식처가 없는(homeless) 소속의 불안정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두 조직구조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려 조합한 구조가 매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이다. 본 조직구조 하에서는 예를 들어 연료전지 연구실, 촉매개질 연구실, 열교환 연구실 등으로 부서가 기술별로 나누어져 있을 경우, 연료전지 발전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할 때 각 부서의 연료전지, 촉매개질기, 열교환기 전문가들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그중 한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서 간의 벽을 낮추어 협업이 가능하도록 적극 유도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국가 출연연구원의 조직은 매트릭스 조직 구조를 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출연연구원들의 내부 조직구조가 매트릭스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서 간의 알력과 이기주의, PBS 체제하에서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경쟁 분위기 고조로 개인 또는 부서 간의 기술 은폐, 과다한 프로젝트 수행으로 인하여 협업이 여의치 않는 환경 등으로 인하여 매트릭스 조직 구조의 좋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기능 조직 수준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매트릭스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기술을 서로 공유하며, 팀 구성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몰입하여 협력할 수 있도록 경쟁적이고 과다한 프로젝트 수주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

팀의 정의
작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미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란 하나의 목표를 세워 공동 작업을 통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팀 구성원들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각자의 주특기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개인들의 집합체이다.
현재 연구개발 현장에는 명목상 팀이 대부분이며 실제 프로젝트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각자 개개인이 PBS 체제하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연구원들이 자신의 과제만을 수행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여 하나의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란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일을 하여 성과를 1씩 내는 경우에는 최대 2밖에 얻을 수 없지만, 함께 할 경우에 2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능력의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이 공유가 가능하려면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려면 서로 간에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팀 구성원들 간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구성원들마다의 서로 다른 주특기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상호의존적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 팀의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능력이 기껏해야 선형적으로밖에 향상될 수 없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시너지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클수록 그 사회의 역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 간의 협업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국가와 사회의 발전 속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R&D 시스템의 신뢰, 존중, 개방, 공유, 협업의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시너지효과.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연구(research)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