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가 R&D 체계의 비전

고품격 국가 R&D 시스템

by 몰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국가 R&D 체계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퀄리티를 대개 품질로 해석을 하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어 루이뷔통(Louis Vuitton) 가방을 많은 사람들이 명품이라고 좋아하지만, 우리가 루이뷔통 가방이 좋다고 말할 때 품질이 좋다는 말보다는 품격이 남다르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렇듯 시스템의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도 시스템의 품질보다는 시스템의 품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 R&D 체계의 비전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도약된 ‘고품격 R&D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국가 R&D 체계가 마련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 실패를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패를 적극 활용할 경우 실패는 자산이 될 수 있으며, 그 실패의 자산들이 밑거름이 되어 진정한 성공의 작품들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R&D 과제의 성실 수행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성실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이 ‘성실하다’를 ‘부지런하다’ 또는 ‘열심히 하다’로 곡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실이라는 한자어는 약속을 정해놓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여기서 약속은 분명하여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R&D 분야에서 상위 계획(high-level plan)을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최초에 상세하고 분명한 계획을 제시하기에는 ‘미지의 부분(unknowns)’과 ‘불확실한 부분(uncertainties)’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과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획이 명확한 약속으로 제시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밝히고 그 약속에 준하여 연구개발이 수행되고, 다시 약속과 수행이 반복되는 과정으로 ‘점진적 구체화(progressive elaboration)’가 이루어질 수 있는 ‘롤링 웨이브 플래닝(rolling wave planning)’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도전적 과제의 여부도 그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적이라는 것을 허무맹랑한 주제이면 도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망 없는 주제라 하더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없다면 도전적이라고 볼 수가 없고, 가치가 있더라도 달성이 용이한 수준이라면 도전적이라고 볼 수 없다. 도전적이 되려면 가망이 없는 듯 보이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도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누군가 제안한 콘셉트(concept)의 주제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같은 혁신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망 없어 보이지만 어느 누구도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개척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성실을 전제로 얼마든지 도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와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시스템에서 일을 할 것인가는 선택 사항이다. 국가 R&D 시스템을 DOS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 Window 수준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반석, 자갈밭, 옥토 중 어디에 씨를 뿌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반석이나 자갈밭에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어리석은 농사꾼은 없다. 농사꾼이 제대로 수확을 얻으려면 기름진 옥토를 갈아 그 위에 씨를 뿌려야 한다. R&D 토양을 옥토로 만들 수만 있다면 투입된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를 통하여 얻은 모든 경험과 결과들을 아카이브 하여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sharing)’할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collaboration)’을 통한 상호의존적 창의력을 발휘하여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토양 위에 체계적으로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성실도전체계’와 같은 고품격의 R&D 시스템이라는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결실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국가 R&D 체계의 품격 향상 (Quality Improvement)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최고(Best)를 지향하는 것보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최선(Better)을 다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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