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국수
휴일 점심에는 면종류를 자주 먹는다.
그 중에서 멸치 국수는 식구들이 고루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해먹게된다.
어린시절엔 모르고 먹었던 국수맛.
밍밍한 맛보다 새콤달콤 비빔국수를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고부터는 담담하고 소박한 물국수가 좋다.
그렇게 된건 남편탓인지도 모른다. 서울에 있을때
남편은 가끔 멸치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마른 멸치를 마른냄비에 넣고 볶다가 다시마와 표고버섯 밑둥을 넣고 팔팔끓인다. 다른 한쪽에선 커다란 궁중팬에 물을 넉넉히 넣고 끓인다. 신김치를 송송 썰어서 설탕 다진마늘 고추가루 참기름약간 참깨를 넣어 무쳐놓고 애호박 표고버섯 당근 양파 대파 등의 채소를 채썰어 놓는다.
팔팔끓은 육수에 멸치 다시마 버섯밑둥을 건져내고 채썬 야채를 투하시켜 한번 더 끓이고 멸치액젓과 소금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국수면을 한 웅큼 집에 팔팔끓는 궁중팬속의 물에 부채꼴로 펴서 넣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다가 한번 끓어오르면 찬물 한컵을 재빨리 넣어 달래주고 또 끓어오면 또 한번 또 끓어오면 또 한번 넣어주고 다음 끓어오름이 시작되기전에 불에서 내려 채에 내려 찬물을 틀어놓고 손으로 여러번 흔들어 씻는다. 시간이 되면 계란 지단을 만들고 안되면 패스. 이렇게 국수를 끓이는데 15분이면 충분하다.
나름의 정성을 담아 남편에게 대령하면 호로록 호로록 남편은 잘도 먹지만 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먹을 만은 하지만 멸치향이 더 진한게 먹고 싶다고. 슬쩍 자존심이 상해 다음에 할때는 멸치를 한 웅큼 더 넣어 끓여보지만 역시 비슷한 반응을 얻고 말았다.
그 이유를 부산에 내려와 살면서 알았다. 부산의 멸치국수를 먹어보고 '아..남편은 이런 맛을 말한거구나.'싶었다. 부산의 멸치국수는 구수하다못해 쓸정도로 비렸다. 서울 사람들이 먹었다면 잘못끓였다 싶을정도로 멸치 향이 강하다. 시장 귀퉁이의 2500원짜리 국수부터 맛있기로 소문나 방송에도 나온 5000원짜리 국수까지 모두 멸치향이 내가 느끼기에는 필요이상으로 강했다. 하지만 부산 사시는 시부모님과 남편은 '이 정도는 돼 줘야 국수 맛이지'라는 반응이시다. 그리고 이제 부산와서 살기 시작한 나도 부산의 멸치국수가 '아, 맛있어!'까지는 아니지만 집에서 끓인 국수가 매우 심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집에서 그런 맛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남편과 이야기해봤는데 디포리를 함께 넣고 오랜시간 끓이면 가능할 것도 같다고 했다. 하지만 국수 2~3인분을 끓이려고 몇시간을 사골 우리 듯 육수를 내느니 2500원 주고 나가서 사먹자는데 합의했다.
그래, 결론은 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