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알바 체험 후 느낀 것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런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의 돈 먹는 게 쉬운 일 아니다.'라는 건 젊은 시절부터 별별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때론 더럽고 치사해도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좀 더 안정적이고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 알아본 것은 시간제 아르바이트였다. 독서논술 지도, 글씨기 지도 자격증과 유치원 아이들과 지낸 경험, 초등 독서 동아리 운영 경험 등을 바탕으로 도전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학원강사 인력풀이 모이는 사이트 등을 뒤져서 찾은 독서논술 학원들은 아무래도 프랜차이즈가 많았다.
한 번은 들어봤을 한*리, 책*무, 리*인을 찾아봤는데 별도로 다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곳도 있었고, 정말 단시간 주 2회 2~3시간만 근무하는 형태도 있었다. 그중에 프로그램 도서 리스트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었고 그중에 강사를 구하는 곳이 두 군데 있어 면접을 가보았다. 1시간 정도 모의수업도 진행하라는 곳도 있었고 그냥 원장님과 상담만 한 곳도 있다. 일단 원장님과 상담한 지점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2시간 수업을 위해 2시간 왕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 번에 가는 노선이라도 있으면 중간에 책을 읽으면 되니까 하고 면접을 보러 가겠다고 했는데, 20분씩 2번을 갈아타야 하고 마을버스까지 타야 하는 지경이라 인상 좋은 원장님과 상담만(?) 잘 마치고 왔다.
1시간 모의 수업을 진행 한 곳에서는 취업에 대한 좌절감을 받고 돌아왔다. 일단 그곳의 책 리스트들이 마음에 들었다. (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둘러봄) 그런데 수업하는 풍경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 그곳의 풍경은 독서실이 따로 없었다. 20평이 채 안되어 보이는 공간에 칸막이 1인용 책상이 줄지어 있고 한쪽 벽에는 책장이, 한쪽 벽에는 태블릿이 올려진 책상이 놓여 있었다.
저학년 하루기준 3권의 책을 보게 되어 있고 책선정은 레벨테스트를 보고 원장님이 단계별로 지정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지정한 책을 읽고 다 읽으면 태블릿에서 쪽지시험을 본다. 통과되면 책에 꽂혀 있던 활동지를 2~3장 정도 푼다. 강사는 아이들이 그 과정을 멈춤 없이 진행할 수 있게 가이드하고 활동지에 첨삭 피드백을 해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활동지의 질문은 분명 사고력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막혀있는 아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럼 강사가 다가가서 몇 가지 질문과 피드백으로 활동지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이끌어 준다. 이렇게 기계적인 과정을 반복하여 3권의 책을 읽는다.
말이 모의 수업이었지, 나는 실제 아이들을 만나 상호작용을 하고 활동지 첨삭도 진행했다. 그곳의 원장님은 일단 나의 글씨가 너무 경리체라며 작고 동글동글하게 쓰라고 했다. 아이와의 상호작용도 다른 아이들의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게 목소리를 낮추어야 하고 한 아이와 너무 길게 시간을 끌어도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받은 문자는 "저희 원이랑 선생님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나도 속으로 말했다. "저도 그 점에 동의합니다."
그 학원에 취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독서교실과는 너무 달랐기에 출근을 못하겠다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피차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은 후천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활동인 것은 맞다. 훈련되지 않는 독자가 책을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독자일수록 나는 책이 재미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조금만 익숙해지면 책 읽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손쉽게 다른 세상을 여행할 수 있고 심지어 현실에서 불가능한 시간여행, 우주여행도 가능하며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게 독서니까. 약간의 수고와 시간만 들인다면 이 만한 세상의 재미가 또 있을까? 재미있으면서 삶도 풍성해지는데...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제일 큰 유산이 독서하는 삶이고 이걸 다른 이들과도 되도록 많이 함께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독서 교실에서 아이들은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지금의 장소는 협소해서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빈백이나 방 구들장 같은 곳을 굴러다니며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책도 읽고 싶은 게 그아이의 수준에 맞든 안 맞든 도전할 자유가 있었으면 좋겠고,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일은 좀 미루고 싶으면 미뤄도 되면 좋겠다. 꼭 남기고 싶은 건 남기고 휘발되어 버리는 책들도 있고... 책을 읽다가 깔깔거리기도 하고 훌쩍훌쩍 울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생각에 싸우기도(?)하고... 그래서 좀 시끄러운 곳이면 좋겠다.
지금은 시끄럽게 굴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는 회원수가 단 2명인 곳이지만...(+1 무임승차 중인 우리 집 둘째까지 하면 3명)
그래서 시끄럽게 구는 데에도 한계가 있지만, 조잘조잘 소곤소곤 아이들 각자의 목소리 크기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