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TAGE HOME (Xknowledge /이소영)

- 편안하고 오래된 멋

by 임쓸모



어떤 집을 고르고 그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집이란 살고 있는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서문)


서문에서 이 문장을 봤을 때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돌아보았다. 당시 아파트는 어중간하게 낡은 15년 정도 된 아파트였고 체리몰딩에 체리 붙박이장과 장식장이 더해진 체리체리한 현장이었다. 당시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꿈꾸던 주부 5년차의 내 눈엔 눈물나는 풍경이었는데 그나마도 시어머니께서 집주인과 도배 안해준다는 조건으로 500을 깍은 전셋집이었으니 뭐라 할말도 없었다. 늦깍이 직장인인 남편과 집에서 육아로 직장을 쉬고 있는 형편이었던 우리는 이사가 정해지고 (가진예산에 맞게)20평대 전세를 얻어 취향에 맞게 꾸미고 살자하던 참이었는데 손주 둘이 좁은 집에서 복닥이는 것은 눈에 밟혀 안되겠다시며 30평대 전세를 알아봐 주시고 돈도 얹여 주셨으니...툴툴거릴 처지도 못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알아본 집은 저층이라 햇볕은 좀 덜 들었고 나무윗부분이 베란다에 걸려 있었는데(그건 그것대로 멋지지만...), 이집은 햇빛 잘 드는 남향에 조금 고개를 꺽어 보면 낙동강변의 요트 선착장이 보이는 뷰였다. (그건 좋았다.봄이면 축제기간에 베란다에서 공짜 불꽃놀이쇼 관람도 가능했다.)

여하튼 전세집이라 손도 못 대고 전에 살던 세입자 아이들이 붙여놓은 스티커 위로 우리집 아이들이 낙서와 스티커를 덧붙이며 인테리어나 내 취향은 그 어느 곳에서도 드러낼 수 없는 곳에서 살던 차라 이 문장이 사무치게 가슴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현명한 판단이었다. 깨끗한 벽지에 2~4살 이었던 아이들이 낙서를 했다면...분명 크게 혼냈겠지만...그 집에선 어느 정도 허용이 되었다. 집주인도 이전 세대가 남긴 흔적들을 아는지라...다음 세입자들일때는 도배를 해 줄 예정이어서 부담이 없달까?)



이 책은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들을 취재한 책이다. 오래된 미군사택, 일본 전통 고택, 예전에 유행했던 유럽식 빌라 등 다양한 형태의 빈티지 하우스가 나오기 때문에 예쁜 사진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사진을 보는 내내 정형화된 아파트보다 유니크한 이 집들의 매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책은 예쁜것만이 다가 아닌,오래된 집에 사는 마음가짐 이를테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가 사는 장소에 대한 예민함을 가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더 좋았다.


*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없으면 아무거나 사지 않고 좋은 것이 나타날때까지 참으며 살아요.(p41)


* 벽과 창살의 색, 커튼의 질감, 매일 사용하는 도구들. 이 집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음미하고 취사선택을 반복하면서 자신들의 세계관을 쌓아왔다.(p.42)


* 오래된 집에서 산다는 것은 마냥 즐겁지는 않다. 부서진 곳, 습기, 벌레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집은 쉬이 망가져 버린다. 하지만 "매일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돌봐가며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감각이 길러지고 예민해지는 것을 느껴요." 하며 요코씨가 웃는다.(p.43)


* 고르고 고른 가구와 오래된 물건, 작가의 그릇,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물품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자의 때가 오면 그 물건조차 미련없이 떠나보낸다. 소유물이 적기 때문에 사물 하나하나와 진지하게 마주하고 집 자체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p.91)


*"이곳에 산지 벌써 9년.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 집이 주는 편안함에 비하면 고민거리가 되지 않아요.''라는 히데시 씨의 말.(p.119)


글도 많지 않고 사진 위주라서 읽는 데 많은 시간이나 수고로움이 들지 않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내 라이프 스타일이나 물건에 대한 생각,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것들을 정리해나갈 수 있었다.


작년에 우리는 서울로 이사했다. 인테리어하는데 공도 많이 들였다. 전세가 아닌 처음 살아보는 내집이고 30년 된 낡은 아파트이기도 했지만 내 취향과 가치관을 고려한 곳에서 살고 싶어서였다

남편과 의논도 많이 했다. 처음엔 심드렁하던 남편도 나의 호소(?)에 부응하여 꽤 공부도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 주었다.

거실에 식탁과 책장을 두고 포인트 색상은 짙은 남색에 기본 화이트. 아이들 놀이공간과 휴식공간, 거실등을 확실하게 분리해냈다. 화장실 하나를 창고로 만들어서 수납력을 높였다. 살아가다보니 완벽하진 않지만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아차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순간 지저분해지기도해서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가 김진애 선생님의 <집놀이>책을 읽고 호텔식 인테리어에 대한 환상은 버리기로 했다.ㅋㅋ


어쨌든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이 계속 내게 알맞은 집이 되도록 예민함을 버리지 않되 그럼에도 휴식하면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곳이 될 수 있게...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 책 정보 _

Screenshot_20200531-180006_24%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