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시집 떡볶이 그리고 릴리 마들렌
이거슨 팬미팅인가 추억여행인가
아이들이 개학하는 3월이 되면 가고 싶었던 서점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봄마음을 안고 베이지색 원피스에 꽃단장을 하고 친한 언니와 데이트도 하면서...
그러나 개학은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온라인 개학이라는 개학아닌 개학같은 썸씽(?)이 벌어지고 일주일에 한번 등교하지만 큰아이와 작은 아이의 등교일이 사맞디아니할쎄...통제라...나의 봄외출은 늦춰지고 늦춰지고 있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있던 서점외출이어서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가...
얼마전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을 읽고 반해버리고 요즘 뒤늦게 정주행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시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아...모르겠다..도저히 못 참겠다 가보자 하고 길을 나섰다.(그 서점은 대학로의 시집전문 서점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랫동안 계획했으나 즉흥적이었던 이 외출은 식구들의 점심식사와 설거지를 마치고 실행하였으며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하므로 화장이나 꾸밈없이 원피스는 고사하고 청바지와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채 나섰다. 가는 길이 설레였던 이유를 잘은 모르겠지만 월간 채널예스에서 칼럼을 연재하는 유희경 시인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의 글만 봤을때는 왜인지 아담한 체구의 내 또래의 여인을 상상했었는데 팟캐스트에서 들은 목소리가 남자여서 깜짝놀라기도 했다.)
사고싶은 시집은 김소연 시인이랑 유병록시인이었는데 유희경 시인의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본인의 시집을 본인에게 사면 싸인을 부탁해야할것만 같은데 그러기엔 왠지 부끄러워서 참았다.(나중에 내 마음이 좀 진정되거나 아니면 온라인서점에서 주문해야지...)
오랜만의 홀로 외출이라 왠지 설레였다. 서점 입구를 잘못 찾아 헤매기도 하다가 원하던 시집을 고르고 우리집 꼬마가 좋아하는 동시집을 골라서 계산하는데 ...시인님이 좋아하는 시라고 시를 찾아서 책갈피를 꽂아 주시는데 감동...ㅠㅠ
농담도 하셨는데 이 역시 오랜만에 낯선이와의 대화라 어버버하고야 말았다.
어쨌든 미션을 완수하고 추억의 대학로를 걸었다. 나의 20대, 남편과의 추억이 가득한 성대앞을 걷다가 여기는 아직 있네. 여기 어디쯤 신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는데...어쩌고 하면서 혼자 넋을 잃고 다니다가 그만 반가운 마음에 HOT떡볶이를 사고 말았다.
아...근데 아이스 커피도 너무 땡겨...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들어가는 길에 떡볶이를 샀어야했는데...ㅠㅠ 이건 뭔가 꼬였다..
여하튼 역사적 첫데이트 장소앞에서, 아이스 커피를 더는 참지 못하고 카페에 들어서고 말았다.
이것이 추레한 몰골의 40대 아줌마가 시집5권과 떡볶이가 든 검은봉지를 옆에 두고 아이스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