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다는 것

알면 뭐가 달라질까?

by 임쓸모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책이 무엇이었을까?


압도적으로 소설책이 많았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심리학 책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심리학 에세이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고 전문서적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주로 본 책들은 Q자 돌림의 심리 테스트 책이었다.

IQ, EQ, SQ.... 각종 심리테스트 책과 거기에 관상학, 사주팔자 책까지..


훗날, 내가 왜 그러한 책을 탐독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것은 '나'를 알고 싶은 욕구였음을 알았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MBTI도 전공 시간에 받아서 결과를 받아봤는데 전혀 나와 맞지 않았다. 당시 나는 나 스스로가 덜렁대고 칠칠치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같은 그룹에 단정하고 꼼꼼한 친구 한 명을 몹시 부러워했고 그만 테스트할 때 그 친구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투사되어 전혀 반대의 결과를 얻고 말았던 것이다. 딱 봐도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어떤 인간인지 나 스스로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한참을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란 건


"나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나"라는 것이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어떠한 일로 한 단계 나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 눈가리개를 벗은 경주마처럼 시야가 넓어지고 이전의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좁은 인간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살면서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인생의 큰 사건일 수도 있고 어쩌다 읽은 책에서도, 가끔은 티브이 연속극을 보고도 그런 순간을 느끼곤 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간 사주카페에서 친구에겐 구구절절 조언해주던 역술가가 나에게는 간단한 기본 사주만 설명해주더니 마지막에 "그런데 당신은 사주나 삼재 같은 거에 영향받는 성격이 아니겠네요."라는 애매한 말로 끝맺었다. 당시에도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각종 심리 테스트로 분류한 인간이 16종류로 나뉘고 4개의 혈액형과 2개의 이과 or문과형, 9개의 애니어그램, 12개의 별자리와 띠와 육십갑자의 난 시와 때의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해서 엄청난 수의 인간형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것은 유한하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며 각기 다른 부모와 환경에서 무한하게 성장하는데 거기에 과연 딱 맞는 '나'라는 유형이 존재할 것인가?


물론, 나라는 존재가 가진 본성이나 성향이라는 것은 분명 있어서 변하지 않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각종 테스트 들이 나와 절대적으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결과들은 나를 이해하는데 부수적인 자료는 될 수 있을 테지만 그것뿐이다. 내 존재 자체가 될 수 없다.


결국 '나'는 세상 단 하나의 나라는 것 이외에 명확히 규정되는 것은 없었다.


문득 몇 년 전 다시 MBTI 검사를 받게 된 때가 생각난다. 조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름 객관적인 입장에서 테스트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검사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네요, INFP와 INTP 점수가 똑같이 나왔어요."


'뭔들 어떠랴? 나는 내 나름의 현재를 살아가는 게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나를 알아서 사는 게 아니라 살면서 내가 되어간다.









+종종 테스트 결과에 자기를 맞추려는 사람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난 oo타입이니까 이건 별로~라는 식인데.. 이건 뭔가 앞뒤가 바뀐 거 아닐까? 이런 테스트들은 경향성을 나타낼 뿐.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혹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결국 자기가 제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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