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파라다이스

- 부러움과 응원

by 임쓸모

아침에 우리집 베란다에서 향을 피워두고 잠시 멍때리기 시간을 가진다. 아니, 실은 멍때리기가 아니다.

우리집 베란다에서는 이웃 주택가의 옥상이 훤히 보이는데 난 얼마 전부터 어느 집의 옥상을 유심히 살핀다.

아, 쓰고보니 되게 불법적이고 관음적인 느낌이 나네...당사자 되는 분이 보시면 불쾌하실 수도.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 집 옥상은 길고양이들의 작은 파라다이스, 오아시스이기때문에 내 눈길을 이토록 끄는 걸..

크지 않은 옥상은 깨끗하게 정돈 되어있다. 일단 크고 작은 상자로 만들어진 잠자리와 뚜껑이 있는 커다란 다라이(?)물통이 보인다. 아침이면 한 아주머니가 이 뚜껑을 열고 바가지로 사료를 퍼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된 여기저기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준다. 그러면 어디서 나타나는건지 노랑이, 까망이, 줄무늬. 얼룩무늬 고양이 서너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자기의 그릇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주머니는 익숙하게 물그릇을 씻어(수도가 연결되어 있다)밥그릇 옆에 또 깨끗한 물그릇을 놓아준다. 일련의 이러한 부산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한바탕 식사챙기기가 끝나면 먼저 식사를 마친 노랑이가(덩치가 좀 크다) 아주머니의 다리에 몸을 쓱쓱 비비고 곧이어 등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에 자신을 맡기고 편한 자세로 누워 애교를 부린다. 그야말로 한가로움의 호사로 충만해보이는 몸짓들이다. 평화로움과 행복감이 천천히 스미는 풍경.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아, 정말 좋겠다...내게도 마당이 생기면 저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에 미치자, 또 꼬리를 무는 물음.


"저렇게 해도 이웃들의 민원은 없을까?"


예전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이웃에게 민폐>라는 뉘앙스의 공고문을 본 적이 있어서 단지 내에 돌아다니는 비쩍 마른 고양이들을 보면서 마음 아파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이사 온 단지에는 다행히 아이들이 좀 통통해 보인다 생각했는데 주택가가 면해 있어 그런가보다 짐작만 했었다.

사실, 길고양이가 살지 못 할 정도로 인정머리없는 사회는 곧 사람이 살 지 못 할 정도로 야박해질거라는 게 평소 내 지론이다. 하지만 저층 사는 사람들의 피곤함을 아느냐,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잠 못 드는 고통, 음식물이나 배설물 냄새 문제도 겪어보지 못 했으면서 성인군자 같은 소리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박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내가 고양이 밥을 챙겨준 적이 있다는 걸 모르는 어떤 이는 캣맘들에 대한 이야기에 흥분하면서

"그렇게 좋으면 지들집에 데려다 키우지!"라고 외치기도 했는데 나는 잠자코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나의 고통이라면 내가 참으면 될 일이지만 타인이 고통스럽다는데 내가 '그 정도는 참아'라고 일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다만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그 손길에 응원을 듬뿍 담아 보낸다. 그들을 도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관음증 환자처럼 앞집 옥상의 고양이 파라다이스를 흠모하며 훔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