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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Oct 02. 2020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119. 주춤

주춤대는 요즘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글/그림. STONEAGE)


119. 주춤


주춤거리는

보니,

잃어버릴

두려운가

보네



== 뒷 이야기 ==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내가 행복한 일들을

하고 싶었다.


그 희망이

너무 커서였을까


조금 무모하다 생각은 했지만

그런 객기를 부리고도 싶었다


적금을 깨버리고

청약도 깨버렸다


그냥

그 돈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당연히

남은 카드값에

생활비에

부족한 돈으로


몇 달간,

참 힘들었다.


그렇게 1년 여가 지나자

하루하루

돈은 없어도

걱정도 없었고,

매일이

즐거웠다.


얼토당토 하지 않던

무모해 보였던 꿈들이

신기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드디어

나는

나를 찾고

내 삶을 찾아가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행복했다


지금의

이 석기시대의 그림일기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그저 내 일기장처럼 생각을 모아두었던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 같았던

한 컷짜리 웹툰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마감시간을 정해놓고

매주 화, 목 2편씩 그리고

연재를 했다.


그렇게 쌓여간 그림들이

100화를 넘어가면서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덕분에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고

출판이라는 것에도 도전할 기회가 생겼고

그 자신감으로

다른 일들도 겁 없이

도전하고, 또는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약 2년을

그리지 못했다



안도감이었을까?

자만심이었을까?


그 사이 여러 일들이

생겨났다


관광두레 사업의 피디 활동도 하고,

여행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실행해보고

벽화 문의가 늘어나다가

관공서 벽화를 수주해 3달 가까이 그리게도 되고

김정기 작가님 작품에 열광하며,

흉내 내고 도전해본 라이브 드로잉으로

몇 개의 작업들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도

내가 원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바빠지는

꿈같은 일들이 생겼다


점점

석기시대의 그림일기를

그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지금의 모습들이

억지스러워 보였다

더 이상 기쁘지가 않았다.


기쁨보다

이 꿈만 같은 일들이

꿈처럼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커져갔다


예전처럼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지만,

그런 생각이 들수록

더욱 강렬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나만 챙기면 되었던

그날로부터

지금까지의 5년 사이에

가정이 생기고

딸아이가 생겼다


더욱더 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럴수록 더욱 괴로웠다.


지금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건


지금

날 주춤하게 하는

그 두려움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책임질 사람들이 있는데

무책임해서는 안된다고


이 말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

이도 저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주춤거리게 된다


잃어버릴게 생겨

두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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