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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Mar 25. 2020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118. 세상 참 좁다

왜 좁아진 것 같지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글/그림. STONEAGE




# 세상 참 좁다


내가

커가는 만큼

좁아지는

세상



- 뒷 이야기 -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찾아 걷다 보면

이 건물이

이 학교가

이 동네가

이렇게 작았었나?

하며 새삼 놀란다


사실

동네는 예전 그대로인데

동네가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버렸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동네가 작아졌지라고

말한다


그렇게 믿고 싶은가 보다

.

.

.

.

세상 참 좁다

라는 말을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좁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버린 것을

알고 있는데


난 왜

세상이 좁아졌다고 생각할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을까



어릴 땐 그렇게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돼버리고 나니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

.

.
자유로워지고 싶었는데

그에 따르는 책임감의 무게가 버겁고


당당하게 나서는 게 멋있었는데

그냥 뒤에 숨어 조용히 있고 싶고


모르는 것을 알게 된 만큼

몰라도 될 것도 알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 만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늘어난다

.

.

.

어릴 적 조그마한 나에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상은

참 넓고 컸는데


어느새 커버린 나에게 세상은

나를 숨길 수도

숨어지지도 않는

좁디좁은 곳이 되어버렸나 보다

.

.

.

.

내가

커가는 동안

 그렇게

세상은 좁아지나 보다

.

.

세상 참 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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