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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Mar 25. 2021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 - 김석기 씨 이야기 #02

거창한 계획은 없었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요


“양양으로 내려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특별할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일단 좀 쉬고 싶었어요”





Q. 양양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A. 2015년 3월에 퇴사를 하고, 그때부터 서울

     집 정리하고, 5월에 양양군 어성전리로

     내려왔습니다.

     올해 (2021년)로 벌써 7년 차네요.

     엥? 벌써 7년?


Q. 양양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

A. 마지막 직장은 아웃도어 회사인 네파였고,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프로모션과 온라인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이니 만큼, 아웃도어 활동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네파 이전에는 대학내일의 마케팅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로 대학생 대상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이전의 첫 직장은 광고대행사에서 AE를

     했었어요. 2006년 처음 광고, 마케팅 업으로

     시작해서 근 10년간 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네요.


Q. 10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A.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할 당시엔, 뭔가 의미를

      많이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진짜 특별한 계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백수가 된다는 두려움보다, 일단 출근을 안

      한다는 그 사실이 더 신났던 거겠지요.

      그래도 그러면 너무 생각 없어 보이니, 그래도

      좀 그럴싸한? 이유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어떤 의미를 찾았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만둔 것은

      아니지요. 제일 고민을 했던 것은,

     ‘이 일이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인가?’

      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당시엔) 솔로였으니, 가정을

     책임져야 하다는 부담감도 책임감도 없었으니,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일단 좀 쉬고 싶었어요


Q. 그렇다면, 휴가를 좀 다녀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A. 그 휴가를 떠나면, 휴가를 떠나는 순간부터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스트레스부터

     받더라고요.

     어떤 조건부 휴식이 아닌, 진짜 맘 편히 쉬고

     싶었어요.


Q. 직장생활이 많이 괴로우셨나 봐요?

A. 음... 사실 그 반대였던 것 같아요. 초반 3년 차

     정도가 되었을 때가 통상적으로 젤 힘든

     시기잖아요? 그 시기 지나고 10년 정도 업계에

    있다 보면, 웬만한 스트레스는 그냥 흘려보낼

     만한 면역도 생기니까요. (그 또한 경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져 가는 것에 당황했고, 그

    모습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냥 이렇게 계속

    일하면 무난하게 여느 직장인들처럼 적당한

    시기에 그에 맞는 직책도 가지게 될 것이고, 그에

    맞는 임금을 받고, 적당한 시기에 가정을 꾸리고

    어느 정도 축적된 재산으로 집도 장만하고,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평타는 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믿는 일들이 당연스럽게 이루어

    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왜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만약

    그렇게 안되면, 나는 무슨 대안이 있지?’

    대안이 없더라고요. 대안이 없는 것보다

    무서웠던 건, 제가 대안을 생각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Q. 대안이라? 그 대안이란 무엇일까요?

A.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만약 이일을 못하게

     되면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직장을

     다녀야 하나? 였어요.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어 나가다 보니,

    결국에는 ‘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였습니다.

     그동안 마케팅 업계에서의 일도 당연히 의미

    있고, 할 수만 있다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죠. 교수님이 될 수도 있고,

     에이전시를 설립해서 회사 대표가 되면서

     마케터를 양성하는 등등, 그런데 저의 고민들로

     귀결된 ‘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 이란

     오롯이 제가 가진 달란트(기독교인이라 이

     용어가 익숙해서요)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것은 머리를 쓰는 기획이 아니라

     제 신체를 써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이 들다 보니,

     당시 일했던 마케팅 업은 뭐랄까

     내 능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Q. 신체를 통해서 하는 일이라...?

A. 굳이 예를 들자면, 그림 그리는 일,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일을 가장 하고 싶었어요. 이전의

     직장생활과는 관련성이 좀 멀죠

     직장생활을 하면서 손이 하는 제일 주 업무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그저 막연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였었는데, 그 고민을 헤집고 들어가 보니 그림을

     그리고 색종이 접 기하 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로 귀결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컸어요

           

Q. 어떤 확실한 계획은 없으셨던 것 같은데,

      주변의 우려는 없었나요?

A.  예상하신 대로,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어요. 그냥 흘려들으시거나, 10년 차쯤

      되면 그럴 수 있다. 30대 중반쯤에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처럼 그저 한순간의 사춘기 같은?   

      그런 시기로 받아들이시고, 위로까지 해주시고

      (웃음) 그랬어요. 정신 차리라는 따끔한

      충고도 듣게 되었고요.

      그런데 그런 반응들 때문에 오기가 더 생겼

      달까요? 내가 그냥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것뿐인데, 이게 그렇게 잘 못된 건가?

     힘든 게 아닌데 왜 위로를 받아야 하지? 아니

      게다가 왜 혼나기까지 해야 하는 거지? 내가

      누구 삶에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고 그중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것뿐인데 말이지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면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는지,

     그러다 보니, 내가 왜 고등학교를 들어가 공부를

    하고, 왜 수능을 봤고, 왜 대학을 갔고, 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당연했었던

     모든 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흡사 영화 ‘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출연자

     들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먼바다에 대한 의심

     을 품는 그 순간처럼요. 나도 지금 쇼 안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Q. 결국엔,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선택하신

     거네요, 두려움은 없었나요?

A. 표현이 그럴싸해서 뭔가 멋져 보이네요(웃음)

     앞서 말씀드렸지만, 두려움은 없었어요.

     두려움이 없었다기보다는 철이 없었죠(최준

     떠오르는 걸 보니 준며듦을 피할 수 없었네요)

     두려움이라는 게, 사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계획이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Q. 여정의 시작점을 양양으로 정하신 건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양양이 고향이에요. 그런데 사실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거주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여기가 내 고향이다 떳떳하게 말할 정도로

    양양에 추억이 많거나, 동네가 익숙하거나,

    친구들이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님

    께서 이곳에 살고 계셨기에, 우선 머물 수 있는

    공간인 이곳으로 왔습니다. 무작정 서울에 집을

    빼고 다행히 혼자 자취하는지라 짐도 얼마 되지

    않아서, 차에 싣고 무작정 일단  내려왔어요.


Q. 양양에 내려와 초반 정착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일단은 여행을 좀 다녔어요. 굳이 양양에 짐을

     풀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2주간 백패킹

     장비를 메고 무작정 걸어 다녔습니다.

    생각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그런데 그 2주라는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즉,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아무

     생각하지 말자’ 이러면서요.

     그렇게 쉬고 싶다고 하면서, 또 버릇처럼 계획을

     세우고, 고민하고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을 머릿속을 텅텅 비워보자 했던 것 같아요

    잡생각을 날리는 데는 몸을 힘들게 하는 게

    최고더라고요.

    무작정 하루 종일 다리가 아프거나 앞이 안보

     일정도로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계속 걸었어요.

    결국엔 무리한 탓에 오른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근처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가며 쉬는 날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양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돈 얼마나 있냐고, 괜히 쓸데없이

    쓰지 말고 땅이나 사두라고 말이죠

    그냥 어머니 말씀에 따랐어요. 생각해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퇴직금을 아무 계획도 없이

    내려와서 괜히 뭐 한답시고 사업이라도 해버리면

    날려버릴 것이 뻔할 것 같았으니까요.

    있는 돈 탈탈 털어서 어성전에 자그마한 밭을

    하나 사뒀어요.

    별생각 없이 산 땅이었는데, 결국엔 양양에서

    살아갈 힘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바로 그

    밭이었어요.

    양양에 내려와서 가장 잘한 일이고,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가장 잘한 일이 될 것 같은

    양양살이 초반의 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Q. 돈을 다 쓰셨다면, 그럼 기본 경제생활은

     어떻게 하셨나요?

A. 바로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고 나니, (아 땅은

    사뒀으니, 완전 빈털터리는 아닙니다만) 그제야

    조금씩 현실이 다가오더라고요.

    우선 생활비를 벌어야 하잖아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일단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어요.

    일자리를 찾아보면서 아차 싶더라고요. 막연히

    일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있고, 없으면 단순 용역이라도

     하면 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곳은 서울이 아닌 양양이잖아요. 생각보다

     일자리가 없더라고요. 당황했습니다.

     서둘러 수소문을 했고, 어머니의 소개로 동네

    근처의 요양원에서 운전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갔어요. 우선 그 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둘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일이 없어 비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뭐라도 해보자 하면서 시작한 것이, 그림 그리는

    거였어요. 자본 필요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었으니까요. 계획도 없었고, 일단 그림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뭐라도 그림 그려서 돈 벌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브런치에 1주일에 한두편씩

    올렸던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였어요.

    이후에 벽화도 그려보고, 펜드로잉도 해보고

    조금씩 확장시켜나갔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진짜 계획이 없어도 너무

    없었네요.


Q. 그럼 한 달에 수입은 어느 정도가 되었나요?

    생활은 가능하셨나요?

A.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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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 - 김석기 씨 이야기 #02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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