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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이 정해졌다면 기도는 왜 하는 걸까?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

하나님의 뜻이 이미 정해졌는데 내가 기도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도 그런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이런 주님의 기도 앞에 서게 되면 나도 모르게 움츠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연약한 인간의 기도라는 것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와 하나님의 뜻에 합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작은 나의 욕심이 들어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조차 없다면 정말 성인(聖人)이겠지요.

기도하려고 자세를 잡고 보면 그런 내 욕심에 대한 죄책감들이 거품처처럼 마음속에서 솟아오릅니다. 

'이런 기도를 하는게 맞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하필 어디선가 들었던 성경말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기도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마음이 든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내 마음은 너무 때가 많이 타있으니, 뭔가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속의 때를 벗겨내고 난 다음, 하나님의 뜻이 명확해 질 때, 그때 기도를 하자. 대충 이런 마음이죠. 그런데 저 뿐만 아니라 의외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기도하고 응답을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내가 원하던 방식과 다르게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경험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응답이 오래 걸렸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이런 여러가지 경험들과 내 마음속의 혼란함과 뒤죽박죽인 생각들이 머리속을 메우게 되면 반쯤은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제가 했던 생각들 중의 일부를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 어차피 내가 기도하나 안하나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시잖아?'

'나를 사랑하신다고 하셨고, 내가 죄를 짓던 착하게 할던 날 향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

'내가 엄청나게 큰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나를 향한 선하신 계획이 있으시면 그것을 하나님의 때에 이루시겠지.'


그렇게 일종의 영적인 무기력증에 빠져 지낸 시간들도 참 많은데요. 


주님은 그래도 에스겔에게 "구하라"고 하십니다.


너희 사방에 남은 이방 사람이 나 여호와가 무너진 곳을 건축하며 황폐한 자리에 심은 줄을 알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였으니 이루리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 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 내가 그들의 수효를 양 떼 같이 많아지게 하되

제사 드릴 양 떼 곧 예루살렘이 정한 절기의 양 무리 같이 황폐한 성읍을 사람의 떼로 채우리라 그리한즉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하셨느니라
(겔 36:36~38)

에스겔 36장을 보면, 황폐할 대로 황폐헤진 예루살렘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회복을 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뜻을 확실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사방에 남은 이방 사람이 나 여호와가 무너진 곳을 건축하며 황폐한 자리에 심은 줄을 알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였으니 이루리라(겔 36:36)"


그런데 그 다음절에 다시 이야기 하십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 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겔 36:37)"


하나님은 그럼에도 기도하기를 원하시고 바라시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기도의 모범을 보이셨던 예수님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본인이 하나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하나님에게 기도하셨던 모습을 보면, 기도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어떤 것을 바라고 구하는 것을 넘어서는, 하나님과 우리사이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롭게 느끼는 점은 그동안 내가 무기력 속에 느껴왔던 것들,

"내가 기도를 하던 안하던 하나님 뜻대로 이뤄졌던 수많은 일들"은 어쩌면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기도와 간구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기도를 대체 왜 해야 하는 거에요?" 라는 질문에 100% 정확한 답변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우리의 주님께서 그분의 백성들이 기도하기를 원하신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서 그분의 뜻을 이뤄가시기로 하나님께서 결정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 순간 마음 속으로라도 한 마디라도 기도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의 그 작은 기도들이 쌓여서 하늘의 보좌가 움직일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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