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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게 하는 브랜드




사람들은 상품을 사지 않고,
더 나은 자신의 이미지를 산다 


업계의 거대한 공룡이었던 코카콜라에 대응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펩시는 1963년, Alan Pottasch라를 젊은 광고 경영자를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펩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Pottasch는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사용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펩시 고유의 특성을 언급하는 대신 사람들이 꿈꾸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Pepsi Generation 캠페인은 당시 혁명적이었고 1960년대에 광고의 모든 것을 바꾸게 됩니다.



Pottasch는 이렇게 얘기하죠.


What you drank said something about who you were.
당신이 마시는 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이야기한다
 

캠페인에서 펩시는 새로운 음료가 아닌 새로운 감정을 찾는 세대를 그대로 꿰뚫습니다. 이는 최초로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여준 캠페인의 사례가 되었고 사람들은 움직였습니다. 이로 인해 펩시는 20세기 최고의 경쟁자인 코카콜라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았고, 이후 수십 년 동안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바로 이 전략을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Just do it 


펩시의 이미지는 훗날 많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됩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나이키죠.



나이키 광고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메시지들은 무엇을 말하나요?


도전하라 하고, 도전을 즐기라 합니다. 자존감을 회복하라고 합니다. 잠자고 있던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있는 그대로 당신이 완벽하다고 합니다. 당신의 변화에 함께 흥분하고, 당신의 도전에 소리 지릅니다. 넘어지라고도 하고, 옆 레인이 아니라 자신의 레인을 보라고도합니다. 증명하라고 합니다. 다른 누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라고 합니다.


나이키의 목소리는 이제 사회적인 이슈의 메시지까지 함유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려고 한다.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단지 브랜드가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그 브랜드의 상품을 신뢰하고 구매하고 싶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대게 캠페인 자체에서 그 메시지와 이미지에 동화됩니다. 상품 따위는 잊죠. 저 메시지가 얘기하는 대상이 누구도 아닌 나임을 생각해보는 것,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 내가 갔어야 하는 길이고,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믿게 하는 것, 내가 그렇게 한다면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그런 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콘텐츠를 만날 때 우리는 그 감정에 동화되어 소비자라는 것을 잊게 됩니다. 예컨대 나이키는  소비자가 아닌 친구와 팬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실로 엄청난 욕심을 가진 기업이 아닐 수 없지요.
 
 

팔 수 없는 것을 팝니다. 


애플이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즈음 애플의 광고가 신선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손에 닿을 수 있는 행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알다시피 펩시의 마케팅 유전자를 가장 직접적으로 수혈한 기업입니다.



광고에는 뚱뚱한 사람도 나왔고, 키가 작은 사람도 나왔고, 유색 인종도 나왔고, 꿈에나 있을 것 같은 인테리어의 가정이 아닌 (미국이지만) 이웃 가정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광고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광고에서 보이는 인물들과 달리 실제 우리의 고민과 걱정과 아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델하우스의 마네킹이 아닌 살아있는 ‘주위의’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행복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광고에 제품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지만 이 기기가 없으면 이 행복도 없다고 협박하지 않습니다. 이 행복에 이 기기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주지할 뿐이죠.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상상하길 기대합니다. 애플의 광고는 본질적으로 행복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행복, 누가 마다해야 할까요?


소비자를 향한 예찬의 시를 광고에 적어둔 애플.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는 도울뿐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삼성의 광고를 떠올려 볼까요?


광고는 온통 제품의 성능을 일반 사람들은 알 수도 없는 용어와 숫자로 표현하는데 급급했습니다. 3D 이미지로 제품 목업을 만들어 화면 속에서 현란하게 날아다니며 시선을 빼앗는 영상 효과들로 해당 스마트폰의 플라스틱 재질이 어떨지 화질이 어떨지 가늠할 수도 없는 3D 이미지로 넘쳐났죠. 상품 자체를 환타스틱 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몇십 년 전이 아닙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 이렇게 해왔습니다.


삼성이든 엘지든 상품 설명회나 키노트라도 하면 사업부 사장님이 아름다운 모델들을 양 옆에 두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출시 보도자료로도 널리 쓰였죠(민망하니 자료 사진은 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멋진 백인 남성이 밀라노나 뉴욕의 어느 거리에선가 그 물건을 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애플의 광고와 키노트, 캠페인 방식은 당시에 더 대조되었습니다. 사실 딱히 삼성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게 광고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시절입니다. 그동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단지 애플의 광고를 보게 되면서 다른 광고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애플과 다른 기술 기업들 간의 광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의 거리감이 ‘갤럭시’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삼성이 얼마 전 작정하고 만든 라이프스타일 스토리텔링 광고 ‘Grwoing Up’


광고에서 삼성 스마트폰 시리즈들은 이제 애플의 ‘그것’을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죠. 아직 이러한 형태의 광고는 삼성의 북미 광고에나 집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많이 노출되지 않았습니다만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백인 남녀가 나와 런웨이인지 집안인지 어딘가에서 이들이 왜 때문인지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기존 광고에서 진일보하여, 이제 유색인종이 나오기 시작했고, 스토리텔링을 담아 터칭한 순간들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인이 나오는 라이프스타일 광고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지요.


한국인 대상의 광고에 한국인이 나오는 게 이렇게 낯섭니다. 백인 모델들만 눈에 익었던지라.


이 모든 캠페인들이 추구하는 건 동일합니다. 행복의 순간을 전달하는 겁니다. 즉, 팔 수 없는 것을 팔고 있죠.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을 기억하게 하든, 행복을 깨닫게 하든, 나아가 행복을 희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라이프스타일 광고들의 목표입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그 행복의 도구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랬다간 거부감만 들뿐이죠. 아이폰과 갤럭시는 그저 그 행복의 동반자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 두 거대 기업의 마케팅은 바로 그것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동통신사의 5G 광고가 이야기하는 것


SK텔레콤은 대한민국에서 TVC로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집행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최고가의 모델을 기용하고 언제나 프라임 타임대를 구매하여 집행하고 있죠.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융단폭격처럼 SKT의 광고는 TV를 수놓습니다. 평상시에도 SKT는 가장 값비싼 시간대의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심지어 유익한 광고들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SK텔레콤은 그 선두주자였지요. 스무 살의 TTL,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대로 T 등 획을 그을만한 TV광고를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요사이 나오고 있는 5G 광고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월드컵에는 월드컵 스타들이 김연아의 메이트이고,


SK텔레콤은 기술 기업입니다. 차세대 통신 기술력을 다루는 건 기업의 가장 중요한 변별점이자 기업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포인트지요. 통신기술기업으로서 SK텔레콤이 5G 기술을 다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좀 피로합니다. 지난 2년 간 어머니 잔소리보다도 더 들어온 게 5G입니다. 월드컵 결승전 때도, 프로야구 결승전 때도, 9시 뉴스 전에도 말이죠.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영웅이 김연아의 메이트가 됩니다.


위의 광고는 유튜브 3천만 뷰를 기록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난 김연아+윤성빈 광고입니다. SKT의 윤성빈 모델 기용은 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로, 당시 윤성빈 선수는 대체 불가능한 광고 모델이었고 윤성빈 선수는 SKT의 독점 광고 모델이었죠. 즉, 3천만 뷰의 이유가 무엇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3천만 뷰가 SK텔레콤에 대한 로열티나 동기를 가져서 봤거나 또는 시청 후 5G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가지게 되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5G를 주제로 어떤 때는 독도의 ICT를, 어떤 때는 통신 기술을 활용한 열악한 환경의 소방 대원 일상을 보여줬습니다. 김연아씨가 설명할 때는 귀를 기울이려고도 해보았지요. 그럼에도 이 광고들은 KT 광고와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과연 이 정도의 광고 물량을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시청자에게 각인시켜서 SK텔레콤이 무엇을 가지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첫째, 5G가 뭔지 여전히, 아직도, 이렇게도, 모르겠습니다. 친절하게 김연아씨가 설명해줬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2년 동안 봐 왔는데 제 핸드폰에는 아직도 LTE라고 떠 있거든요. 언제쯤 제 핸드폰에 뜨게 될, 즉 상용화될 통신 기술인가요?


둘째, 왜 SKT가 5G를 계속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점 기술력인가요? SK텔레콤만 가진 넘사벽의 통신 기술인가요? 아니 SKT가 만든 건가요? (이 점은 경쟁사인 KT나 LG텔레콤도 마찬가집니다)


셋째, 제가 미래에 이 기술력으로 인해 행복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꿈을 꾸게 하는 브랜드 


꿈을 꾸게 한다는 것은 웃게도, 울게도, 희망을 갖게도 하는 일입니다. 모두가 광고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시대에 아직 브랜드의 광고가 존재해야 한다면 그 광고는 최소한 시청자의 꿈을 꾸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꿈에 동의할 수 있다면 상품의 스펙이든, 내용이든, 가격이든 오디언스가 알아서 찾습니다. 이들은 원한다면 개발한 당사자까지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 그 사람의 꿈을 건드렸다면 그 사람은 기꺼이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꿈을 건드린 브랜드를, 상품을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콘텐트 마케팅은 제품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함께하는 꿈에 대해 알리는 일입니다. 내가 무엇을 꿈꾸는지, 또는 내가 무슨 꿈을 꾸면 좋을지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당신의 상품 이야기를 들어야 할 시간은 1초도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보고 즐길 게 많아서요.




STONE Brand Communications

김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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