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역린

반드시 대수선을 해야할 시간

by 글로 쓰는 바람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이 문장도 고리타분할 만큼 한국전쟁 이후 근 백년도 안되는 사이 무섭게 변했지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것을 내 손에 들고 다니게 되었고

통계를 보면 진시황이 질투할 만큼 오래오래 장수하며 살수도 있게 된 세상입니다.


천지개벽할 만큼 달라졌어도,

살때 까진 살아내야 하니

너나 없이 바뀐 세상에 적응하려고

조금 더 낫게 살자고 아둥바둥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달라졌으니 바꾸고, 불편한 것 대신 더 좋은 것을 당연히 찾는 지금

뻔히 고쳐야 하는데

고칠 방법도 있는데도 손하나 까딱 않고 고스란히 둔채

행여 못 쓸까봐 꾸역꾸역 땜질을 해대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입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우리나라가 국민연금을 그나마 제대로 실시한 것은

1988년(올림픽이 생각나는 딱 그때)입니다.

그때 우리는 고령화사회도 아니었고

휴대폰도 없이 맨 손으로 손에 손을 잡았던 때 입니다.


“연금이란 걸 한다는데 그게 뭐야”라는 물음에

“젊을 때 ‘돈’을 부어 놓으면 나이가 들어 죽을때 까지 나라가 돈을 준다는데” 하는

그나마 조금 연금을 안다는 사람의 설명에

“아니 그건 정말 도대체 못 믿을 말”이라며 펄쩍 뛰는 어른이 더 많았던 때입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1988년 시작 당시에는 지금 같이 전국민 가입이 아니었기에

당장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고

그런 사람들은 “보험료로 월급이 축나지 않아 다행”이라고들 했을 때입니다.

연금을 제대로 알지 못한 국가도 매한가지 였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기는 해야했으니

더 미룰 수 없을때 까지 미뤄 둔 국민연금제도를

1988년에서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범위부터 아주 작게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문짝만 하게 연금제도를 실시한다고는 했지만

속을 보면 연금 시험운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야말로 “시작”에 의미를 두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고, 당장 연금 받을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앞을 내다 봐도 보험료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훤히 보였으니 안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연금은 점차 제도를 확대하고 골격을 맞추어 보는 것 같더니

이젠 전국민 연금의 시대입니다.


가입한 이들이 나이들어 노인이 되었을때

연금을, 말마따나 돈을 죽을때 까지 준다는 국가의 약속을

이제 전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지금은 어떤가요?


2024년 우리나라는 초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1980년대말 가족계획을 외치던 게 무색하게, 초저출생 사회로 들어섰습니다.

직장에 들어가면 본인이 힘이 들어서 그렇지 어지간하면 십년 이상 다닐 수 있었던

1980년대, 1990년대초까지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습니다.

2024년의 계약직이란 말은 직업과 직장의 다른 말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당연히 내는 보험료와 받는 연금을 연결하는 국민연금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이미 변화의 신호가 포착될 때 마다 고쳤어야 합니다.


경제구조와 인구구조가 이것이 시작된 198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는데

사십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급격하게 달라질 기미를 보았음에도 유야무야 흘려 보내버렸습니다.

이제사 우선 급한 것만, 어쨌든 메꾸자고 합니다.


늦은게, 시기를 놓친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너무 빨리 세상이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와서 대체 왜 이렇게 연금을 설계해서 부실공사가 되었냐를 두고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뜯어 고쳐야 하는 일입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은 국민용돈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하나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할 일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고칠 수 있다면 그 방법과

고친 후의 모습에 대해 성실하게 답을 찾아 국민에게 보고하고

어렵더라도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욕을 먹을까?

당장 표를 잃을까?

보험료 납부의 저항이 있을까?...

나열하기도 싫을 저마다의 이유 뒤로 숨은 채

숨 넘어가고 있는 연금에다가 간신히 응급처치만 하고 인공호흡기만 달아놓은 모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국민연금 개혁

아니

국민연금 대수선.

지금 해야 합니다.


초고령화-초저출생으로 더 깊이 들어서기 전에

초실업-초거대빈부격차로 더 깊이 나가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국민연금 개혁-대수선이라는 역린을 건드려야 합니다.


이 역린을 건드리는 것,

국민연금이라는 목에 방울을 달아서

모든 국민이 방울소리를 듣도록, 귀기울이도록 하는 일,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 절실하게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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