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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어이하리

교실의 도난 사건

by 강석우

교사로서 가장 난감한 일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도난사고일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서 분실사건이 일어났다. 담임선생님은 심장 검사를 한다고 하면서 전부 책상에 올라가 무릎 꿇고 앉게 하고 일일이 가슴에 손을 대고 사실을 바른대로 말할 것을 강조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자칫 누명을 쓴 학생들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으니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또 고가품을 학교에 갖고 오지 말 것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치곤 한다. 그러나 이게 교육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어떤 경찰은 이렇게 얘기했다. “범죄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교도소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신고하는 것이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아들이 중3 때 일이다. 소풍 가던 날 용돈이랑 넉넉하게 주어서 보냈다. 예전처럼 학교에 모여서 줄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집결지에 바로 모이게 하는 방식이어서 저 어린 녀석이 어떻게 갈까 걱정되는 마음에 만약을 대비해 택시비까지 보태준 것이다. 그런데 귀가 도중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불량배들을 만나 그 돈을 다 뺏겼다고 한다. 덩치는 나보다 더 큰 아들과 친구 4명이 불량배 둘에게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더욱이 100m가량 뒤에는 선생님도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날 아들을 된통 혼냈다. “너 같은 놈들이 있으니 이 땅에 불의가 판치는 것이다. 으슥한 곳에서 혼자라면 또 모를까 대낮에 대로에서 몇 명이 같이 있으면서 그렇게 당하냐? 마땅히 저항해서 그런 놈들이 발붙일 공간이 없게 만들어야지”라고 하면서.


그랬던 내가 교실에서 일어나는 도난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가야 하다니. 그리고 분실 책임을 잃어버린 학생 잘못으로 돌리는 비겁한 짓을 하다니. 오늘 게시판을 보니 참 가슴 아픈 종이 쪽이 붙어 있다. 선물 받은 고가품을 잃어버린 학생이 나름대로 혼자 찾아보려고 노력하다가 붙인 글이다. 잃어버리고 맘 아파하는 학생의 마음이 뚝뚝 묻어나는 가슴 아픈 글이다. 이 일을 어이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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