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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훌륭한가

by 강석우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아버지가 더 빨리 먹일까. 어머니가 더 빨리 먹일까. 아버지다. 아버지는 우격다짐으로 먹이니까? 아니다. 아이에게 우격다짐한다고 빨리 먹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바로 아버지가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안 먹이면 아내에게 잔소릴 듣고, 먹이자니 끝까지 다 먹이기엔 아버지의 참을성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뇌 손상을 입은 아일랜드 작가 크리스토퍼 놀런은 걷지도 말하지도 손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놀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늘 책을 읽어주며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마에 막대기를 부착하고 그것으로 자판을 눌러 단어를 입력하게 했다. 한 단어를 입력하는데, 15분 걸렸다고 한다. 한 단어를 입력하는 데 15분 걸리는 아들의 뒤에서 머리와 목을 붙잡고 있는 어머니가 훌륭할까. 15분 동안 겨우 한 단어를 입력하는 아들이 훌륭할까.


살다 보니 분명 뛰어난 사람이 있다. 또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의 뛰어남 뒤에는 그 뛰어남을 뒷받침하고 계발시켜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는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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