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감이 할 일, 총리의 역할에서 찾아본다

by 강석우

헌법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교를 국가와 비교하면 대통령이 교장, 총리는 교감으로 비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총리는 몇몇 실세 총리 외에는 거의 대통령의 그늘에서 바람막이나 정치적 희생양의 역할만 해왔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형식으로는 학교의 제2인자이지만 행사하는 힘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총리의 위상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하듯 학교에서도 교감의 역할은 헌법에 보장된 대로의 총리 역할처럼 제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교감이 해야 할 일을 총리의 역할에서 찾아본다.

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각료를 제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는 분야별 비서관들이 있지만, 국가의 공식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여론이 수렴된 정책 입안은 총리의 책임 아래 나온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의 책임은 보좌관이고 최고의 보좌관은 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교장은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서 학교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러나 교장이 된 후에는 교내의 일에 집중하기보다 교외 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집무실이 교무실과는 떨어져 있어서 교사와의 만남은 드문드문하게 된다. 그래서 점차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내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교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교감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학생 교육과 관련되는 모든 일, 교장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헌법상 총리가 각 부 장관을 그 분야의 최고 적임자로 골라 국무위원을 구성하는 것처럼, 학교도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교감도 교무 조직을 최상의 조직으로 가꿀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교감은 교장의 최고 보좌관이고 교장의 학교 운영 비전을 현실에 실천하는 학교의 중추가 되어야 한다.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는 선생님들이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다. 분야별로 따져보면 엄청나게 뛰어난 실력자들이 많이 있다. 학급관리 잘하는 선생님, 수업 진행 능력이 뛰어난 선생님, 조직력이 뛰어난 선생님, 기획 능력이 있는 선생님, 학생을 기막히게 다루는 선생님이 있다. 개개인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하는 일이 재미있을 것이고 전문성이 더 키워질 것이고 그에 힘입어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이니까.

둘째는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교 분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네가 잘 났으면 우리 학교에 있겠냐?”, “너나 잘하세요.” 등은 으뜸 적이다.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뒤로 숨게 된다. 이래서야 무슨 일이 될 수 있을까. 교감은 교무실 분위기를 잘했다고 칭찬하고, 잘하라고 격려하는 분위기로 가꿔야 한다.

셋째는 잘하는 선생님 또는 잘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거나,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감은 잘하는 선생님을 격려함은 물론 잘 갈고닦으면 보배가 될 선생님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연수받고 싶어 하는 선생님에겐 적극적으로 조건을 만들어주고 또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교육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요즘 공직자상은 실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도덕성에서도 흠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어야 하고 통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있어야 하고 도덕적 인격을 갖추어야 하며 교무실을 조화롭게 잘 이끌어야 하고 통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은 조금 부족해도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알기 위해 공부하는 자세, 자신을 낮추어 교사와 학생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교감이 교무실에서 틈만 나면 책 보고, 틈만 나면 출석부 살펴보고, 틈만 나면 학생 성적표 비교해 보고, 틈만 나면 학생들과 상담하며, 틈만 나면 선생님들과 교육에 관한 토론을 하거나 학교 전반에 관한 의견을 듣는다면, 그런 자세를 보여준다면 머지않아 교감은 최고 실력자가 되며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선생님들에게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담임교사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교무실 분위기가 그런 교감을 닮아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장의 리더십, 이순신에게서 배운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