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아들에게 주의를 준다. “이렇게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반드시 멈춰서 저쪽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한 후에 가야 한다.” 그러나 평지만 만나면 내가 준 주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달린다. 허겁지겁 쫓아가 다시 한번 주의를 줬더니 “밤에는 차 불빛이 없으면 차가 오지 않는 거예요.”라고 한다.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보고 장차 오게 될 사물을 미리 짐작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나를 척 보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척 보고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을 볼 때도 그렇다. 아내를 위해 부엌칼을 갈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얼마나 가정적인 사람인가. 주변 여자들이 모두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부엌칼 갈아주는 그것 외에는 집안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여러 집에서 부부싸움이 났다. 그 광경을 본 여자들이 한결같이 자기 남편을 볶아댄 것이다. “저 남자 좀 봐라. 저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어주지 않느냐.” 사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간 남자는 아내의 성화에 시달리다 못해 1년에 딱 한 번 그때만 그렇게 했을 뿐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어찌 하나를 보고 모든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를 보면 전부 알 수 있다고? 아니다. 안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분 그리고 짧은 순간의 행동일 따름이다. 즉 그 상황에 한정한 앎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그 사람의 전 인격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섣부른 판단으로 낭패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