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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냐 즐거움이냐

by 강석우

내 인생은 의무로 가득 차 있다. 큰아들, 남편, 아버지, 교사 등등. 내 의무를 다하며 살아왔다. 일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하는 일에서 벗어나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애써 외면했다.


나의 의무 이행에 항상 최고가 되고 싶지만, 능력이나 자질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나의 의무 이행은 끝이 없다. 최고인 사람들을 흉내라도 내기 위해선 끝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그래도 그 의무를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 나아가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의무를 강조한다. 보람이 없어도, 즐거움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다. 내 삶을 지탱해 온 것은 의무가 아니라 의무 이행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과 감사와 즐거움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의 깔깔거림, 추운 날 옆자리에서 체온을 보태주는 아내,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막내 아이, 날 향해 달려오는 아들, 내리누르는 눈꺼풀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며 시선을 내 쪽으로 고정하려는 학생들, 내 가르침대로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학생들, 누구인지 모르지만 몰래 수건 빨아다가 의자에 걸어놓는 학생들, 어느 지친 날 손에 쥐어진 감사하다는 말을 담은 쪽지, 이런 것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지 ‘의무’로만 살아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내 삶의 기쁨을 찾아야겠다. 무엇이 내게 즐거움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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