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강사가 강의하다 말고 맨 앞줄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더니 “네 눈을 한번 봐주세요. 눈이 충혈됐죠?” 다시 강단에 올라가서는 “제가 여러분에게 강의를 잘하려고 얼마나 신경을 써서 준비했는지 그만 눈의 실핏줄이 터졌습니다.” 그 순간 강의장 안의 모든 시선은 그 강사에게 쏠렸다. 조금 뜸을 들인 후 강사가 “저 사실은 원래 눈이 빨갛거든요. 그런데 제가 밤새 컴퓨터 게임 하느라 눈이 이렇게 충혈됐다고 말하는 것과 아까처럼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죠?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가끔 이런 거짓말을 합니다.”
항상 진실한 사람과 가끔은 이런 거짓을 섞는 사람하고 누가 더 인정받을까. 흔히 진실은 통한다고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여우 하고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일 때문에 새벽에 귀가하는 날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아내는 남편이 올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려서 남편을 감동하게 한다고 했다. 사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오기 전에 잔다. 단 소파에서 화장도 지우지 않고 옷도 입은 채로. 그러다가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바로 반갑게 맞이한다. 남편이 보기에는 아내의 옷차림이나 화장이, 자지 않고 자기를 기다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남편은 항상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평상시에 잘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가끔 가식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진실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나도 저렇게 살까, 하는 유혹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는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다. 누가 알아주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은 손해를 보더라도, 우선은 덜 인정을 받더라도, 우선은 부끄러운 일이 더러 있더라도 나 자신에게 진실하게 살자. 사실에 대한 진실을 최소한 나는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