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고 처음 예비군 훈련 갔을 때 내 복장은 신병보다 더 칼 같았다. 신병보다 더 군기가 바짝 든 상태이기도 했고. 처음 훈련소 갔을 때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훈련장에 가보니 나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그냥 예비군복만 걸쳤지 제대로 입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군기가 든 사람도 하나도 없었다. 나도 슬쩍 옷을 풀고 전투화 끈도 남 보지 않게 살짝 풀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교육과정은 느슨함 그 자체이고 통제란 기간병이고 장교들이고 간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제대 말년의 연장이었다. 그보다는 조금 심하긴 했지만.
고3 학생들을 찍은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수능 고사를 앞두고 더워도 쉴 틈이 없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능을 2주쯤 앞둔 교실 상황은 어떨까. 아마 숨도 못 쉴 정도로 살벌할 것이고 학생들은 피골이 상접한 고사(枯死) 상태일 것이다.
양극화는 어디에나 드러나는 모습인가. 농촌의 고3 교실은 공부 분위기의 고사(枯死)이다. 거의 수시로 입학이 결정 난 상태이고, 수능을 봐야 할 학생은 학 교실에 2~3명. 그나마 최저 등급만 맞추면 되는 학생이 대다수. 교실에 들어가 수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치 제대 말년이 떠오르고 예비군 훈련장 같은 분위기라고 하면 조금 심할까.
이런 현상은 도시 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농촌지역 수능 시험장의 고사장에 시험을 보는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능 전에 수시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들이 수능을 볼 필요가 없으니, 결시자가 속출하는 것이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허송하는 시간 낭비하며, 실제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만 모으면 고사장 숫자를 줄일 수 있는데 쓸데없이 감독관으로 차출되는 교사들. 그리고 교사가 없으니, 학교도 쉬어야 할뿐더러, 고사장 관리 비용과 부대 비용 그리고 그냥 원서 냈으니, 시험이나 봐보자 하는 학생들이 고사장에서 흐리는 분위기 하며, 왔다 갔다 교통비, 교통 체증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현상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일개 교사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학교로도 해결할 수 없는데 수업 장악을 강조하고 학생 지도에 앞장서라 독려하는 그 많은 교사들의 질책 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3 고사(枯死)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헛된 기대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또 이것으로 끝나는 것 아니다. 그래도 수능 보기 전까진 일부 학생들은 그래도 교실다운 교실을 만들고 있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면 고사(枯死) 현장은 전국의 모든 학교로 확산하는 것 아닌가.
제발 해결책을 내주면 좋겠다. 교사들이 책임지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뭔가 비빌 언덕을 가지고 학생들과 비벼댈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줘야 할 것 아닌가.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 앞에 떳떳하게 해 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