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돌아보는 연초의 기도문

설날의 약속, 10월의 검증

by 강석우

며칠 전 지금 10월인데,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체육대회였는데, 학생들이 단체복으로 산타복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이 예상치 못한 시기와 복장의 조합을 보며 순간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문득 현재 이 시점(10월)에서, 올 연초(설 기준)에 다짐했던 기도문을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28일 기도

“떡국 속에서는/ 나이 한살이 부글부글/ 끓고 있기에/ 기왕에 먹을 거라서/ 맛있게 먹었으니”* 한 살 더 어른이 되어서 덕담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조카에게 전하는 덕담이자 축복의 기도입니다.


‘범사에 형통하기를’(창 38:23),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아들아’(빌 4:1), ‘우리 가족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3),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리라’(시 1:3), ‘여호와께서 복 주신 밭의 향취’(창 27:27)니, ‘모든 것을 가진 자로’(고후 6:10), ‘빛을 발하며’(사 60:1)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덕담과, 이삭이 야곱에게 했던 축복, 그리고 야곱이 요셉의 아들에게 했던 축복 그대로가 곧 아들과 조카를 위한 저의 간절한 기도가 되게 해 주십시오.

*장종섭, ‘1월’에서


1월 29일 설날 기도

새해를 맞이하여 드리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을사년에

빛나는 우리의 얼굴은 서로 비추는 희망이 되게

따뜻한 우리의 마음은 서로 따뜻하게 하는 역량이 되게

은은한 우리의 미소는 서로 솔솔 피어나는 기쁨이 되게

든든한 우리의 존재는 서로 샘솟게 하는 원천이 되게

어여쁜 우리의 모습은 서로 가꾸게 하는 거울이 되게

해주옵소서


아름다운 가족이 아름답게 모여 아름답게 살아가게 해 주옵소서.


1월 30일 기도

먼 길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돌아가는 자녀를 보며 눈물 글썽이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 어머니는 함께 있을 때도 ‘혼자’를 준비하셨을 겁니다.


문득 그 모습이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어느 날 자녀들도 우리들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게 될 터이니, 함께이면서도 결국 혼자인 존재로서 스스로에게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어른으로서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지키며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신해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에서


1월 31일 기도

새로 열었던 달력의 첫 장을 뗍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란 말 대신 용의 해가 가고 뱀의 해가 왔다는 의미로 ‘용미사두(龍尾蛇頭)’라고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꼬리보다 닭머리’라는 속담과 비교하여, 용미(龍尾)보다 사두(蛇頭)로 살자 했는데, 뱀 해의 1/12이 지났습니다.


설 연휴를 보내느라 정신없이 보낸 한 달이었지만, 조용히 이 한 달을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야곱이 고백했던 것처럼 “나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창 48:15)께 첫날부터 지금까지 '사두'로 살아가도록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붙여주신 좋은 사람들 덕분에 잘 지내왔음을 감사하며,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달을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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