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기도

by 강석우

차가운 바람 끝에서

낙엽이 집니다.

차가운 바람 끝에서

사람도 스러집니다.


낙엽은 져도 나무는 남고,

나무엔 찬란한 여름이 스며있습니다.

사람은 스러져도 삶은 남고,

삶엔 치열했던 열정이 스며있습니다.


나무가 낙엽을 떨구는 건

스스로 살길을 찾기 위함이 듯,

사람의 스러진 삶에 남은 열정 또한

살아 있으려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11월, 얻은 것이 많습니다.

보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인생의 늦가을 또한 얻은 것이 많고,

놓아야 할 것도 많습니다.


나무가 끝까지 붙잡는 것이 있듯,

사람도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믿음이든

하루를 지탱하는 마음이든.


가을은 아름답습니다.

오곡백과의 결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겨울을 이겨내게 하는 그 힘입니다.


인생의 가을도 아름답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그 힘이 아름답습니다.


주님,

우리의 11월이

얻고, 붙잡고, 놓고, 대비하는

힘의 달,

아름다운 달이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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