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퇴직을 맞이했으나, 나의 시계는 여전히 교정(校庭) 안에 머물러 있다.
퇴직 후에도 일의 필요성을 느꼈고, 무엇보다 교직에 대한 못다 한 미련이 발길을 학교로 이끌었다. 어쩌면 교사로서의 남은 소명을 마저 완수하라는 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간제 교사로서 여러 중학교를 거치며 부침도 겪었지만, 더 나은 스승이 되기 위한 정진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 시간들은 보람과 희열로 채워졌다. 특히 올해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돼 걱정이 컸지만, 교무실의 좋은 선생님과 눈을 반짝이는 학생들은 내게 가르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이제 방학이 오면 이 소중한 시간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며칠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갈무리한다. 담쟁이덩굴의 잎을 세며 삶의 마지막을 예감하던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처럼, 나 또한 창밖의 계절을 보며 교단에서의 마지막 날을 세고 있다. 비록 보잘것없는 무명 화가였으나 마지막 순간 생명을 살리는 걸작을 그려낸 베먼 노인의 심정으로, 나는 지금 생의 가장 소중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약속했던 완벽한 교사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을지라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떠나는 뒷모습만큼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랐던 그 오랜 다짐을 가슴에 품고, 교단에서의 마지막 퇴근길을 담담히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