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덟 개의 산

by 강석우

여덟 개의 산


감독: 샤를로트 반더히르미, 펠릭스 반 그뢰닝엔

원작: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

출연: 루카 마리넬리(피에트로 역), 알레산드로 보르기(브루노 역)

영화 본 곳: 무주 산골 영화제(2024.6.6.)


1.

영화 제목을 보고선 산악인의 삶을 다루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산은 세상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두 사람의 산을 대하는 방식이 영화의 주제였다. 한 사람은 여덟 개의 산을 돌아보고, 한 사람은 수미산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이다.


“누가 더 많이 깨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한 길을 추구하며 깨달음에 도달하는 사람, 한 길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깨달음에 도달하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에서 ‘깨달음’이 무엇인지는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두 방식이 대비되었고, 그 두 방식의 분화를 상징하는 아버지의 삶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상징하는 것 같다.


도시에서 자란 피에트로의 산은 장엄하게 펼쳐진 여러 개의 산 – 즉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하는 장이고, 산에서 자란 브루노의 산은 산 자체가 한 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삶의 장이다. 피에트로의 모습은 방황과 반항, 브루노는 안정과 포용이었는데, 나중엔 피에트로가 안정과 포용으로 나가고, 브루노가 방황과 반항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모습이 피에트로의 아버지이면서 브루노의 아버지가 보여준 삶의 방식인 듯하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되진 않지만, 빙하를 오르는 셋과 그 앞에 놓인 크레바스를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2.

브루노는 산을 ‘자연’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반감을 갖긴 했지만, 산속에서 자연을 추구하며 살았던 사람인데, 외골수로 나가 고집불통, 아집에 사로잡혀 아내와 딸을 잃게 된다. 산속에 아내와 딸을 받아들였던 그가 이렇게 된 것을 통해 나의 아집, 외곬, 불통을 반성하게 된다.


3.

피에트로는 자신의 삶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살려간 사람이지만, 아버지와 친구를 잃는다. 물론 십 수년간의 방황 후에 다시 친구와 하나 되어 아버지의 삶을 찾아가지만, 결국은 하나를 찾고 하나를 잃게 되는 전형적인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잃게 될 것은 무엇인가 반성한다.

4.

영화를 보고 나면 감상을 주고받는 것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생각했는데, 해밝이도 그렇게 하고 싶어 했는데, 애초 계획했던 영화 후 축구시청에 얽매여 그 좋은 시간을 놓쳤다. 축구는 나중에 따로 봐도 되는데, 영화 끝난 직후의 생생한 감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을. 이 또한 ‘여덟 개의 산’ 영화의 주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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