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다’라는 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와 같습니다. 억울함이나 분노, 슬픔을 서둘러 터뜨리면 거친 칼날이 되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만, 안으로 깊이 삭여내면 관계는 오히려 발효된 장처럼 깊고 부드럽게 익어갑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좋음’과 ‘맑음’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삶의 ‘궂음’과 ‘흐림’까지도 잘 삭혀내는 일입니다. 세월이 깃든 이마의 주름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은혜의 꽃이 핀 얼굴은 살아온 시간을 은은하게 품어, 보는 이의 마음까지 살리고 편안하게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바탕으로, 삶의 모든 시간을 잘 삭혀 ‘은혜의 주름살’을 깊게 새겨가는 뜻깊은 하루가 되게 하소서.